Cruze / 출처 : 쉐보레
쉐보레가 다시 ‘크루즈’와 ‘볼트’라는 두 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종 이후 잠잠하던 두 모델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재등장하면서, 쉐보레의 글로벌 전략 변화에 시선이 쏠린다.
쉐보레는 단종됐던 ‘크루즈’를 중동 전용 모델로 다시 선보였고, 올가을에는 전기차 ‘볼트 EV’의 완전 변경 모델도 출시를 예고했다. 하나는 중국에서 태어나 중동으로 수출되고, 다른 하나는 북미 중심으로 부활을 노린다. 같은 듯 다른 방식의 귀환이다.
이 두 모델은 서로 다른 시장과 방식으로 돌아오지만, 공통적으로 쉐보레가 과거의 실패를 복기하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Monza RS / 출처 : 쉐보레
크루즈는 쉐보레가 중동 전용 모델로 발표한 차세대 세단이다. 겉으로는 전통 쉐보레 패밀리룩을 따르지만, 실제로는 중국 상하이GM에서 생산 중인 ‘몬자(Monza)’를 기반으로 한다.
전장 4,630mm, 전폭 1,798mm, 전고 1,465mm, 휠베이스 2,640mm로, 현대차 아반떼보다 소폭 작다. 실내에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같은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고, 기본형부터 주요 운전자 보조 기능이 적용된다.
동력계는 1.5리터 4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6단 DCT 조합으로 구성되며, 최고출력은 113마력, 최대토크는 14.4kg.m에 불과하다. 이는 성능보다는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해당 모델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8개국에 한정 판매될 예정이며 국내 도입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
Bolt EV / 출처 : 쉐보레
전기차 ‘볼트 EV’는 쉐보레의 또 다른 귀환 카드로, 약 2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GM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Ultium)’을 기반으로 새롭게 개발됐으며, 올해 가을 북미 시장에서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 모델은 150kW급 고속 충전, 테슬라 NACS 포트 기본 장착, LFP 배터리 탑재 등 실용성과 효율성을 모두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주행거리는 미국 기준 480km 이상으로 설정됐고, 가격은 3만 달러 이하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디자인은 기존 해치백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쉐보레 트랙스와 유사한 크로스오버 SUV 형태가 접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전통적인 세단 수요와 SUV 수요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다.
Bolt EV / 출처 : 쉐보레
GM 마크 로이스 사장은 “신형 볼트 EV는 ‘패밀리 오브 볼트(family of Bolts)’의 일부로, 보다 저렴한 모델도 포함될 것”이라며 다양한 파생 모델의 출시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내 재출시 여부는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26년 전후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쉐보레의 보급형 전기차가 전무한 상태다.
쉐보레는 이번 크루즈와 볼트 EV를 통해, 과거 단종 모델을 시장별 수요에 맞춰 재편성하는 전략을 시도 중이다.
크루즈는 기존 모델의 이름을 활용한 리네이밍 전략, 볼트는 기술 전환을 통해 상품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각각은 비용과 효율, 브랜드 유산의 균형을 고민한 결과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쉐보레가 SUV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다시 다양한 수요층을 겨냥하고 있다”며 “이번 시도가 일회성인지, 장기 전략의 일부인지는 향후 신흥 시장 반응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크루즈와 볼트 EV는 분명 ‘과거의 이름’이다. 하지만 쉐보레는 이를 통해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의 귀환이 단순한 회상이 아닌 반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