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협박 처벌 수위 / 출처 : 연합뉴스
사제폭탄을 들고 거리에서 테러를 협박한 남성에게 내려진 처벌은 고작 벌금 600만 원이었다. 서울남부지법이 최근 선고한 이 판결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8월에만 해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용인 에버랜드,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 등이 잇따라 폭발물 협박의 표적이 됐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수백 명의 경찰이 투입되고 수많은 시민이 불안에 떨어야 했지만, 정작 범인들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생명 위협 행위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예비살인죄, 협박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 기존 형법 조항을 적용해 처벌해 왔다.
폭발물 협박 처벌 수위 / 출처 : 연합뉴스
형법상 처벌 수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해외의 차이는 크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은 공중협박에 대해 5년 이하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형법상 ‘범죄 위협에 의한 공공평온 교란죄’를 통해 3년 이하 자유형이나 소득 수준에 따른 벌금형을 부과한다. 영국은 허위 폭발물 위협을 중범죄로 분류해 최대 7년 징역 또는 1,000파운드 이하 벌금에 처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위협적인 내용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되거나 이메일로 발송되기만 해도 범죄로 간주된다. 상대방이 실제로 위협을 인지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외에서는 형사 처벌과는 별도로 민사상 배상 책임도 엄격히 묻는다. 특히 폭발물 위협으로 투입된 경찰력에 대한 출동 비용을 범인이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폭발물 협박 처벌 수위 / 출처 : 연합뉴스
오스트리아에서는 올해 5월, 13세 소년이 학교에 총기 난사 위협 전화를 걸어 경찰이 출동하자, 그의 가족에게 1만 1,000유로의 배상금이 청구됐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 규모는 훨씬 더 크다.
2022년 미국에서는 한 남성이 일리노이주 한 회사에 “폭탄이 터지기까지 2분 남았다”고 협박했다가, 회사에 45만 6,000달러(약 6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대피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 손실 등을 법원이 인정한 결과다.
국내에서는 폭발물 협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사례가 극히 드물다. 2023년 제주공항 폭발물 협박 사건 당시, 경찰 571명이 동원된 것에 대해 법무부가 약 3,200만 원의 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폭발물 협박 처벌 수위 / 출처 : 연합뉴스
같은 해 서울 신림역 살인예고 사건에서도 경찰관과 기동대 703명이 투입된 데 따른 4,370만 원의 배상 청구가 이뤄졌다. 두 사건 모두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손해배상 청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경찰 자원이 지역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우리나라는 국가경찰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어 배상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폭발물 협박 한 건에 수백 명의 경찰력이 투입되고 수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처벌과 배상 수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