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체납관리단 출범 / 출처 : 연합뉴스
국세 체납액이 110조원을 넘어서면서 성실 납세자들의 박탈감은 커지고,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국세청이 전례 없는 규모의 특단 대책을 들고 나왔다.
국세청이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세 체납액은 2022년 102조5천억원을 기록해 100조원을 넘어선 뒤 작년에는 110조7천억원까지 치솟았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세금을 낼 여력이 없는 납세자가 늘어난 데다, 한정된 세무 공무원 인력으로는 모든 체납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국세 체납관리단 출범 / 출처 : 연합뉴스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7월 취임사에서 체납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임 청장은 당시 누계 체납액이 110조원을 넘는 현실에서 체납 문제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체납자를 새롭게 분류한 맞춤형 관리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국세청은 체납자들을 일률적으로 관리해왔다. 생계가 어려워 정말 낼 돈이 없는 사람과 재산을 숨겨가며 의도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 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국세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3월 ‘국세 체납관리단’을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2천명 규모로 구성되는 이 조직은 3년간 133만명에 달하는 모든 체납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경제 상황을 확인하고 유형별로 분류한다
.체납관리단은 기간제 전화상담원과 실태확인원, 이를 지원하는 공무원으로 구성된다. 국세청은 경력단절여성, 청년층, 퇴직공무원 등을 실태확인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 체납관리단 출범 / 출처 : 연합뉴스
현장에서 수집한 실태 자료는 체납관리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내년 체납관리단 운영을 위해 책정된 예산은 125억원이다. 국세청은 이달부터 3주간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매뉴얼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체납자는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먼저 세금을 낼 재산이나 소득이 없는 ‘생계형 체납자’는 복지 시스템과 연계해 재기를 지원받는다. 무조건적인 압류 대신 긴급 생계비, 의료비, 일자리 등을 제공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납부 의지는 있지만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시적 납부 곤란자’에게는 강제징수와 행정제재 조치를 보류하고 분납을 지원한다. 사업 부진 등으로 잠시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회복 가능성이 있는 납세자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취지다.
국세 체납관리단 출범 / 출처 : 연합뉴스
반면 재산을 은닉한 ‘고의적 납부 기피자’는 가택 수색, 압류, 공매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체납액을 추징한다. 충분한 재산이 있으면서도 세금을 회피하는 악질 체납자에게는 더 이상 관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체납관리단이 재산 상황 파악과 생계형 체납 지원까지 포괄하는 기능을 담당한다면서, 단순히 체납액 징수만을 목표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번 국세 체납관리단은 경기도와 성남시가 먼저 도입해 성과를 거둔 지방세 체납관리단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방적인 강제 징수에서 벗어나 생계형 체납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복지 세정’을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전국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고액 상습 체납자의 징수 실적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도 기대된다고 국세청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