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미국 데이터센터 수주 / 출처 : 연합뉴스
“휴대폰 사업 접었다고 LG가 끝난 줄 알았는데, 이런 큰 그림이 있었구나.”
스마트폰에서 철수한 LG전자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조용히 기술력을 쌓아온 LG전자가 드디어 새로운 활로를 찾은 것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가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소식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었다. LG전자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수주 사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이터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냉각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성능 반도체를 수만 개씩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반도체들은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는데, 제대로 식히지 못하면 서버가 다운되거나 화재까지 발생할 수 있다.
LG전자 미국 데이터센터 수주 /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량의 40~50%가 서버를 식히는 냉각 시스템에 사용된다. 따라서 효율적인 냉각 솔루션은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이 됐다. LG전자는 바로 이 AI 후방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진입하고 있다.
조 최고경영자는 “첨단 프리쿨링 기능을 갖춘 칠러를 공급함으로써 LG전자의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AI 인프라의 까다로운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이번에 공급하는 프리쿨링 기능 탑재 칠러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외부 공기를 활용해 1차로 냉각한 뒤 본 냉각 장치의 부담과 전력 소비를 줄이는 고효율 솔루션이다. 전력 효율을 극도로 중시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요구를 정확히 맞춘 기술이다.
LG전자 미국 데이터센터 수주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미국 수주는 단순한 계약 체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이자 빅테크 기업들의 본산인 미국에서 거둔 첫 공식 성과이기 때문이다. 가장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가진 미국 시장에서 LG전자의 기술력이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공급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22% 증가해 현재의 3배인 171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만 약 15GW 규모의 추가 데이터센터 용량 공급이 필요하다고 관측된다.
LG전자의 행보는 미국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 들어설 예정인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에도 대규모 냉각 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다. 조주완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미국 데이터센터 수주 / 출처 : 연합뉴스
조 최고경영자는 “AI의 급속한 확장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장비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수요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들 분야가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지는 않더라도 AI 성능과 확장성, 지속성에 있어서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LG전자는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차세대 반도체 장비 등 2가지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 LG CNS,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구축 중인 AI 데이터센터, 중동 지역 고효율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공급 사례도 언급했다.
LG전자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을 위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전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장, 로봇, 냉난방공조 등 B2B 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쓴 맛을 본 LG전자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공급업체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