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HBM4 / 출처 :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 새로운 무기를 공개했다. 12일, 회사는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마치고 양산 체제를 갖췄다고 밝혔다.
HBM은 메모리 칩을 여러 장 겹쳐 올려 데이터가 오가는 길을 넓히는 기술로, 인공지능 연산을 훨씬 빠르게 도와주는 핵심 부품이다.
최근 인공지능 서비스가 급격히 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도 폭증하고 있는데, HBM4는 속도와 전력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답으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4 / 출처 : 연합뉴스
HBM4는 기존 세대보다 데이터 통로를 두 배로 늘렸다. 국제 표준 속도가 초당 8기가비트인데, 하이닉스 제품은 10기가비트를 넘겼다.
이 덕분에 인공지능 서비스 속도는 최대 69% 빨라지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개선된다. 속도는 더 빨라지는데 전기료는 줄어드는 셈이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기존 제품인 HBM3E 덕분에 크게 성장했다. 매출은 39조 8천억 원, 영업이익은 16조 6천억 원에 달했다.
회사는 6개월 만에 3조 원 넘는 빚을 갚아 차입금을 21조 원대로 줄였고, 현금성 자산은 17조 원 가까이 늘렸다.
이렇게 쌓은 재무 체력이 앞으로 HBM4 양산과 투자에 기반이 된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에만 연구개발비 3조 원, 시설투자비 11조 원을 집행하며 생산 능력을 확대했다.
SK하이닉스의 HBM4 / 출처 : 연합뉴스
즉, 상반기 성과는 HBM3E가 만들었고, 이제 HBM4가 내년 이후 성과를 끌어갈 차례다.
성장세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상반기 미국에서 발생한 매출은 27조 8천억 원으로 전체의 70%에 이른다.
엔비디아,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로 HBM을 사들이며 사실상 올해 물량은 이미 소진됐다. 내년 물량 계약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덕분에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디램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점유율은 39.5%로 삼성전자의 33.3%를 넘어섰다.
SK하이닉스의 HBM4 / 출처 : 연합뉴스
30년 넘게 지켜온 삼성의 1위 자리를 무너뜨린 순간이다.
HBM4는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이다. 상반기의 성과가 HBM3E라는 ‘현재’였다면, HBM4는 내년과 그 이후를 책임질 ‘미래’다.
김주선 사장은 “HBM4는 인공지능 인프라 한계를 넘어서는 전환점”이라며, 풀스택 메모리 공급자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결국 SK하이닉스는 빠른 속도, 낮은 전력, 그리고 미국 고객의 수요라는 세 가지 무기를 앞세워 인공지능 시대의 주도권을 굳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