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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30년 왕좌 무너졌다, 업계 술렁

by 이콘밍글

HBM4, 인공지능에 꼭 필요한 ‘새 엔진’
기술·실적·투자 모두 잡았다
미국 고객이 성장 발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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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HBM4 / 출처 :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 새로운 무기를 공개했다. 12일, 회사는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마치고 양산 체제를 갖췄다고 밝혔다.



HBM은 메모리 칩을 여러 장 겹쳐 올려 데이터가 오가는 길을 넓히는 기술로, 인공지능 연산을 훨씬 빠르게 도와주는 핵심 부품이다.



최근 인공지능 서비스가 급격히 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도 폭증하고 있는데, HBM4는 속도와 전력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답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배 넓어진 길, 40% 줄어든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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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HBM4 / 출처 : 연합뉴스


HBM4는 기존 세대보다 데이터 통로를 두 배로 늘렸다. 국제 표준 속도가 초당 8기가비트인데, 하이닉스 제품은 10기가비트를 넘겼다.



이 덕분에 인공지능 서비스 속도는 최대 69% 빨라지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개선된다. 속도는 더 빨라지는데 전기료는 줄어드는 셈이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기존 제품인 HBM3E 덕분에 크게 성장했다. 매출은 39조 8천억 원, 영업이익은 16조 6천억 원에 달했다.



회사는 6개월 만에 3조 원 넘는 빚을 갚아 차입금을 21조 원대로 줄였고, 현금성 자산은 17조 원 가까이 늘렸다.



이렇게 쌓은 재무 체력이 앞으로 HBM4 양산과 투자에 기반이 된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에만 연구개발비 3조 원, 시설투자비 11조 원을 집행하며 생산 능력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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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HBM4 / 출처 : 연합뉴스


즉, 상반기 성과는 HBM3E가 만들었고, 이제 HBM4가 내년 이후 성과를 끌어갈 차례다.


미국 고객이 만든 판, 앞으로는?


성장세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상반기 미국에서 발생한 매출은 27조 8천억 원으로 전체의 70%에 이른다.



엔비디아,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로 HBM을 사들이며 사실상 올해 물량은 이미 소진됐다. 내년 물량 계약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덕분에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디램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점유율은 39.5%로 삼성전자의 33.3%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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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HBM4 / 출처 : 연합뉴스


30년 넘게 지켜온 삼성의 1위 자리를 무너뜨린 순간이다.



HBM4는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이다. 상반기의 성과가 HBM3E라는 ‘현재’였다면, HBM4는 내년과 그 이후를 책임질 ‘미래’다.



김주선 사장은 “HBM4는 인공지능 인프라 한계를 넘어서는 전환점”이라며, 풀스택 메모리 공급자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결국 SK하이닉스는 빠른 속도, 낮은 전력, 그리고 미국 고객의 수요라는 세 가지 무기를 앞세워 인공지능 시대의 주도권을 굳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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