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훼손 사건 반복 / 출처: 연합뉴스
취객의 종묘 담장 기와 파손과 두 번의 경복궁 낙서까지, 최근 잇따라 발생한 문화재 훼손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문화재 복원에는 수천만 원의 비용과 전문 인력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무관용 원칙과 함께 역사 의식 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5일 종묘 외대문 인근 담장에서 암키와와 수키와 각 5장, 총 10장이 파손된 것을 확인했다.
문화재 훼손 사건 반복 / 출처: 연합뉴스
종묘관리소가 새벽 순찰 중 발견해 즉시 신고했으며, 인근 CCTV에는 취객으로 보이는 인물이 담장 기와를 손으로 잡아당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으로, 가장 정제되고 장엄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됐고,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다.
훼손된 기와는 신속하게 복구 작업이 완료됐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직영보수단이 발견 당일 오후 4시간에 걸쳐 파손된 부위를 정비해 원상태로 복원했다.
문화재 훼손 사건 반복 / 출처: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일련의 문화재 훼손 사태 중 최근 발생한 것이다.
지난 8월에는 경복궁 광화문 석축에 79세 남성이 검은 매직으로 “국민과 세계인에 드리는 글”이라고 쓴 뒤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문구를 쓰다가 경복궁관리소 관계자에게 적발됐다.
가로 약 1.7m, 세로 0.3m에 달하는 낙서를 제거하기 위해 국립고궁박물관 보존 처리 전문가들이 투입됐으나, 약품으로는 쉽게 지워지지 않아 결국 레이저 기기까지 동원해야 했다.
이는 지난 2023년 말 10대 청소년이 ‘낙서하면 300만 원을 주겠다’는 말에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긴 사건에 이은 연속된 피해 사례다.
문화재 훼손 사건 반복 / 출처: 연합뉴스
당시 낙서 제거에만 약 1억 3천100만 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훼손 사례는 개별적인 사건이 아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확인되고 있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인위적 요인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은 33건 발생했으며, 이 중 낙서로 인한 훼손은 7건에 달한다.
부산 금정산성, 울주 언양읍성, 충남 아산 읍내동 당간지주, 서울 한양도성, 합천 해인사, 울주 천전리 각석 등 전국의 주요 문화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 훼손 사건 반복 / 출처: 연합뉴스
문제는 이러한 훼손 행위가 단순한 사고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낙서 피해 복원에는 막대한 비용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언양읍성의 경우 복원비용이 3,000만 원 가까이 소요됐으며, 경복궁 담벼락 복원 작업에는 하루에 20명이 넘는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가 투입됐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지정문화재에 글씨나 그림을 쓰거나 그리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벌 외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CCTV 같은 장치는 예방수단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인 대책으로는 어렵다”며 “젊은 층에게 문화재와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 새길 수 있는 의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