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항 마비 / 출처 : 연합뉴스
“추석 연휴에 맞춰 큰맘 먹고 예약한 유럽 여행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황금연휴를 앞두고 유럽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의 주요 공항들이 정체불명의 드론과 해킹 공격으로 잇따라 폐쇄되거나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꿈에 그리던 여행이 악몽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비행기는 줄줄이 결항되고 탑승 수속은 멈춰 서는 등 전례 없는 혼란이 발생하면서, 전문가들은 이를 고도로 계획된 ‘하이브리드 공격’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유럽 공항 마비 / 출처 : 연합뉴스
사태는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시작됐다. 지난 22일, 수도 코펜하겐 공항과 오슬로 공항 상공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론들이 나타나 항공기 이착륙을 전면 중단시켰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그 규모와 패턴이 심상치 않았다.
이틀 뒤인 24일에는 덴마크의 올보르, 에스비에르 등 최소 5곳의 공항과 심지어 공군 기지 상공에서도 드론이 추가로 발견되며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 드론들은 야간에 불을 켠 채 조직적으로 비행하는 등 단순한 개인의 장난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치밀했다.
덴마크 총리는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의 중요 시설에 대한 심각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배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공항 마비 / 출처 : 연합뉴스
특히 최근 러시아 군용기들의 유럽 영공 침범이 잦았던 터라, 이번 드론 사태의 배후에도 러시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시기 영국 런던 히드로, 벨기에 브뤼셀, 독일 베를린 등 유럽의 핵심 공항에서는 전산 시스템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럽연합 사이버보안청(ENISA)은 22일 공식 발표를 통해 이것이 ‘랜섬웨어’ 공격 때문이라고 확인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의 모든 파일을 암호로 잠가 쓸 수 없게 만든 뒤,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악질적인 해킹 수법이다.
유럽 공항 마비 / 출처 : 연합뉴스
이 공격으로 항공편 예약과 발권 시스템이 멈춰 서자, 직원들은 일일이 손으로 업무를 처리해야만 했다.
당연히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첫날에만 수십 편, 이후 며칠간 수백 편의 비행기가 줄줄이 결항되면서 수많은 승객들의 발이 묶였다.
유럽 공항의 대혼란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국내 공항들도 첨단 자동화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의 중요한 기반 시설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