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실업률 / 출처 : 연합뉴스
불과 몇 년 전까지 ‘취업 깡패’로 불리며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티켓처럼 여겨졌던 컴퓨터 과학 전공자의 실업률이 이제는 미술사나 영문학 전공자보다 높아졌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개발자’라는 전문직의 위상이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직장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지난달 23일 CNN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최신 연구 보고서는 이 변화가 이미 현실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 기술 전문가 10명 중 9명은 이미 코드 작성과 같은 핵심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음을 시사한다.
개발자 실업률 / 출처 :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술 전문직 종사자 5천 명 중 90%가 업무에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14%나 증가한 수치다. AI가 이제 일부 혁신적인 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업계 표준 도구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구글의 코딩 도구를 총괄하는 라이언 J. 살바는 구글 엔지니어라면 일상 업무의 일부로 AI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AI의 보편화는 고용 시장에 즉각적인 한파를 몰고 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컴퓨터 공학 졸업생의 실업률이 다른 주요 전공 졸업생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인·구직 사이트 ‘인디드’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직무 채용 공고가 최근 약 3년 반 사이 무려 71%나 급감했다.
챗GPT 개발사의 경쟁사인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AI가 향후 5년 내 모든 신입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앨 수 있다는 암울한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과거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이제 AI가 고도의 전문직으로 여겨지던 지적 노동의 영역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개발자 실업률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AI가 인간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번 구글 조사에서 AI에 대한 신뢰도는 명확한 한계를 보였다.
AI가 생성한 코드의 품질을 ‘많이 신뢰한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반면 ‘다소 신뢰한다’(46%)와 ‘약간 신뢰한다’(23%) 등 유보적인 답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코드 품질 개선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아무 영향이 없었다’는 냉정한 평가가 30%에 달해, AI 도입이 반드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이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아직은 인간의 검토와 수정을 거쳐야 하는 ‘보조 도구’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 목수가 성능 좋은 ‘전기톱’을 얻었다고 목수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개발자 실업률 /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기술 업계의 현재 상황이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다고 경고한다. 가장 먼저 변화를 감지하는 지표라는 뜻이다.
AI가 코드를 짜는 현상은 머지않아 보고서를 쓰고, 계약서를 검토하며, 마케팅 문구를 만드는 대부분의 사무직 업무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은 ‘대체’가 아닌 ‘재정의’에 있다. 단순히 코드를 짜는 능력보다 AI에게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 AI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통찰력, 그리고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는 거시적인 안목이 인간 전문가의 새로운 가치가 되고 있다.
지금 기술 업계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은 우리 모두가 맞이하게 될 미래의 예고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