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비용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요즘 젊은이들은 왜 결혼을 안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어야 할 결혼식이 ‘억’ 소리 나는 견적서와 함께 악몽으로 변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결혼 비용이 결국 수많은 예비부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비용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이 3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결혼서비스 업체 504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 결혼 평균 비용이 불과 두 달 전부다 4.1%나 급등해 2,160만 원에 달했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의 평균 비용은 3,509만 원으로, 경상도(1,181만 원)의 세 배에 육박하며 극심한 지역 격차를 보였다.
비용 상승을 견인한 것은 식대와 대관료였다. 1인당 식대 중간값은 6만 원을 넘어섰고, 특히 강남은 8만 8천 원까지 치솟았다. 대관료 중간 가격 역시 300만 원에서 350만 원으로 16.7%나 뛰었다.
결혼식장 측은 식자재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들지만, 일부 항목의 인상률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생화 꽃장식’ 비용은 두 달 만에 무려 31%나 폭등해 262만 원에 달했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결혼 한 번 하려다 기둥뿌리가 뽑힌다”는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결혼 비용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결혼 비용의 증가는 실제 혼인율 급감으로 직결되고 있다. 통계는 이 잔인한 상관관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10년간 결혼 비용이 꾸준히 오르는 동안, 혼인 건수는 2014년 약 30만 건에서 2023년 19만여 건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특히 주택 비용 상승과 혼인 건수의 상관계수는 -0.94에 달한다. 이는 두 변수가 거의 완벽한 반비례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즉, 집값이 오를수록 결혼은 급격히 줄어든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결혼 비용과 주거 부담, 그리고 가격 정보조차 투명하지 않은 웨딩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혼인율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공통적으로 지목한다.
결혼 비용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비용 문제에 더해 불투명한 시장 관행도 예비부부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소비자원이 결혼준비 대행업체 20개사의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모든 업체에서 불공정한 약관 조항이 발견됐다.
조사 대상의 95%에 달하는 19개 업체는 ‘사진 파일 구입비’나 ‘드레스 피팅비’처럼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항목을 별도 옵션으로 빼두고 추가금을 요구했다.
심지어 13개 업체는 옵션 가격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고 ‘별도 문의’ 등으로 표기해 예비부부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공정거래위원회와 공유하고 불합리한 약관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곪을 대로 곪은 웨딩 시장의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