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문가 경고 무시한 한국인들의 광풍…이유는?

by 이콘밍글

미국 증시 사상 최고치 경신
전문가들 닷컴버블 악몽 경고
서학개미의 광풍, 이대로 괜찮을까

korean-investors-us-stock-market-frenzy-1-1-1024x576.jpg

미국 주식투자 비중 사상 최대 /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0년간의 성과가 반복될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 금융 전략가의 냉철한 경고가 시장에 울려 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등에 업고 미국 증시가 끝없이 오르자, 한국의 투자자들은 ‘미친듯이’ 미국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뜨거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 모두를 공포에 떨게 했던 ‘닷컴버블’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며 전례 없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닷컴버블’ 넘어선 투자 광풍, 그 뒤에 숨은 경고


korean-investors-us-stock-market-frenzy-4-1024x702.jpg

미국 주식투자 비중 사상 최대 / 출처 : 연합뉴스


CNN 방송은 28일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금융자산 계좌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분기 사상 최대인 45%를 기록했다고 연방준비제도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인터넷’이라는 신기루를 좇던 1990년대 닷컴버블 시기마저 뛰어넘는 수치다. 한국의 ‘서학개미’를 포함한 외국인들의 미국 주식 보유 비중 역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이 광풍에 동참했다.



그러나 월가의 전문가들은 마냥 웃고 있지 않는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 방송을 통해 현재의 이례적으로 높은 주식 비중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적신호’라고 지적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롭 앤더슨 전략가 역시 역사적으로 개인들의 주식 보유가 정점에 달했을 때, 이후 수익률은 평균을 밑도는 경우가 많았다며 향후 10년간 수익률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가 환호할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위험을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소수 기술주의 ‘착시효과’


korean-investors-us-stock-market-frenzy-2-1024x683.jpg

미국 주식투자 비중 사상 최대 / 출처 :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 화려한 상승세가 시장 전체의 건강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S&P 다우존스 지수의 하워드 실버블랫 수석 분석가에 따르면, 현재 증시 상승은 구글, 애플, 엔비디아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이라 불리는 극소수 거대 기술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7개 기업이 S&P500 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쏠림 현상은 극심하다. 마치 몇몇 스타 선수의 활약으로 팀 전체가 강팀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과 같다.



이러한 현상은 부유층의 자산은 급증하고 서민들의 살림은 더욱 팍팍해지는 ‘K자형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무디스 분석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가 미국 전체 소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씀씀이가 경제 지표를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지만, 만약 주식 시장이 폭락해 이들의 지갑이 닫힌다면 경제 전체가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찰스슈왑의 케빈 고든 수석 투자전략가는 “시장의 장기 침체는 부유층의 심리마저 위축시켜 가계 지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현재의 상황이 가진 위험성을 분명히 했다.


K자형 경제의 그늘


korean-investors-us-stock-market-frenzy-3-1024x682.jpg

미국 주식투자 비중 사상 최대 / 출처 : 연합뉴스


마크 잔디 무디스 분석가에 따르면 연 소득이 35만3000달러 이상인 소득 상위 10%가 2분기 소비자 지출의 절반에 가까운 49%를 차지했다. 이는 198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케빈 고든 찰스슈왑 수석 투자전략가는 주식 시장의 상승이 소비 지출을 늘릴 수도 있지만 시장이 폭락할 때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 시장 침체가 발생하면 가계 지출에 부담을 주고, 부유층의 심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퇴직연금이나 펀드를 통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높은 수익률에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게 되면 은퇴 자산의 가치도 함께 하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투자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 이제 죄인 아니에요"… 370만 명의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