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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호황? "주민들 눈물만" 숨겨진 이유

by 이콘밍글

조선업 호황 속 지역경제 침체
외국인 노동자만 늘고 상권은 텅텅
청년 떠난 자리, 송금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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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지역 경제 침체 / 출처 : 연합뉴스


“조선소는 일감이 넘쳐나는데 우리 가게는 파리만 날린다.” “호황이라는 소리만 들리지, 정작 우리 삶은 나아진 게 없다.”



거제와 울산 등 조선소 밀집 지역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거리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조선업의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지만, 정작 조선소를 품은 도시들은 여전히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때 “IMF 위기도 피해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던 조선 도시들이 지금은 왜 한숨만 내쉬고 있을까.


2028년까지 이어질 ‘슈퍼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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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지역 경제 침체 / 출처 : 연합뉴스


NH투자증권은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조선업계의 실적 상승세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연승 연구원은 “2029년부터 본격 가동될 주요 LNG 프로젝트들을 위해 선주사와 에너지 개발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에퀴노르, 우드사이드 같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LNG선 발주를 적극 검토 중이며, 토탈의 모잠비크 프로젝트가 재개되면 선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2025년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수주 규모가 65척에 달할 것”이라며 “비록 선박 가격이 다소 하락했지만, LNG선은 여전히 가장 수익성 높은 선종”이라고 강조했다.


호황 뒤편의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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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지역 경제 침체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조선소 인근 상권은 여전히 죽어있다. 거제와 울산의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예전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하소연한다.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구조의 변화다. 조선업 침체기에 떠난 한국인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웠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번 돈을 고국으로 송금한다는 점이다.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지지 않으니 상권은 계속 침체된 상태다.



고강도 노동과 불안정한 고용 구조도 문제다. 하청업체 중심의 운영으로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산업재해 위험은 높고 임금 체계는 불안정하다. 이런 열악한 조건 때문에 젊은이들은 조선소를 기피한다.


떠나는 청년, 늙어가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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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지역 경제 침체 / 출처 : 연합뉴스


청년들이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면서 지역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숙련 기술자들의 은퇴가 이어지지만 이를 대체할 젊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조선업에만 의존하는 산업 구조도 한계를 드러냈다. 다른 산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이 미미해 경제 다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선소의 실적이 개선되어도 지역 주민들의 소득 증대나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다.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조선업 특수로 위기를 모면했던 거제도. 하지만 지금은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지역 경제 회복이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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