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기업 해외 진출 / 출처 : 연합뉴스
꽁꽁 얼어붙은 내수 시장을 뒤로하고 한국 패션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자 지갑이 닫힌 가운데, 국내만으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이 기업들을 해외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 패션기업 해외 진출 / 출처 : 뉴스1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이 태국 방콕에서 패션쇼를 열며 동남아시아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7일 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프랑스 파리를 넘어 처음으로 동남아 현지에서 ‘시스템·시스템옴므 패션쇼’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태국을 발판으로 삼은 한섬은 현지 패션·유통업계 관계자들과 도매 계약을 추진하며 팝업스토어와 정식 매장 개점도 계획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는 약 10년 만에 해외 진출에 재도전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대형 쇼핑몰에 매장을 열고 순차적으로 3곳을 더 추가할 계획이다. 2016년 중국에서의 쓴 경험을 딛고 다시 해외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12월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일본에 자체 브랜드 매장을 열며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앞으로 5년간 중국 내 매장을 100여 개로 늘리고 2030년까지 중국에서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한국 패션기업 해외 진출 / 출처 : 연합뉴스
패션업계가 이처럼 해외 진출에 올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 내수 시장의 장기 침체 때문이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위축됐다. 경기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사람들은 필수품이 아닌 의류 구매를 미루고 있다. 특히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으로 바뀌면서 ‘필요한 한 벌만 고르는’ 저소비 경향이 뚜렷해졌다.
여기에 예측 불가능한 이상 기후도 한몫했다. 계절별 날씨 변화가 예년과 달라지면서 패션 상품 기획과 판매에 차질이 빚어졌다. 재고 관리의 어려움은 물론 매출 감소로도 이어졌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로 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커졌다. 해외 고급 소재에 의존하는 브랜드들은 수익성 악화 문제까지 겪고 있다.
대표적인 내수 산업인 패션업계에게 국내 시장의 포화는 더욱 치명적이다. 성장 동력이 약화되면서 업계 전체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 패션기업 해외 진출 / 출처 : 연합뉴스
흥미로운 점은 국내 인지도가 부족한 신진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진 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끄는 ‘역수입’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K팝과 K드라마의 영향으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한류 바람을 타고 해외에서 먼저 입소문을 낸 뒤 국내로 돌아오는 전략을 선호하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마뗑킴의 경우 이미 홍콩, 마카오, 대만, 일본 등에서 11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일본에서만 2029년까지 15호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없이는 패션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이 대부분이어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한국 패션기업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 해외에서의 성과가 업계의 미래를 좌우할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