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민이전계정 / 출처 : 연합뉴스
“평생 일하고도 결국 빈손이네.” 한 60대 은퇴자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오늘날 대한민국 고령층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일생의 황금기였던 45세에 정점을 찍었던 소득이 61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무너지며 적자 인생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최근 통계로 확인됐다. 평생 모은 자산마저 의료비와 생활비로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 국민이전계정 / 출처 : 연합뉴스
통계청이 25일 공개한 ‘2023년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45세에 연간 4천433만원으로 최고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시기 흑자 규모도 1천748만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완만한 하락세를 그리다가 61세를 넘어서면서 소비가 소득을 앞지르는 적자 생활로 접어든다. 은퇴 이후 근로소득이 급감하는 반면, 병원비 같은 건강 관련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탓이다.
주목할 점은 적자로 돌아서는 시점이 과거보다 늦춰졌다는 것이다. 2010년만 해도 56세부터 적자가 시작됐지만, 2023년에는 61세로 5년이나 미뤄졌다.
언뜻 보면 긍정적인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씁쓸한 지표다.
2023년 국민이전계정 / 출처 : 연합뉴스
세대 간 돈의 흐름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해 15~64세 노동연령층이 벌어들인 돈 중 320조7천억원이 다른 세대로 이전됐다. 이 중 184조5천억원은 14세 이하 유년층에게, 131조1천억원은 65세 이상 노년층에게 각각 전달됐다.
세금을 통한 공공 이전의 경우, 노동연령층이 낸 199조4천억원이 유년층(92조4천억원)과 노년층(106조9천억원)을 부양하는 데 쓰였다.
“열심히 세금 내며 살았지만 정작 나이 들어서는 다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신세”라는 한 은퇴자의 말처럼, 생애주기에 따른 경제적 의존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가족 간 사적 이전도 비슷한 양상이다. 부모가 자녀 양육비로 쓰거나 성인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형태로 121조3천억원이 노동연령층에서 빠져나갔다.
특히 유년층이 92조1천억원을 받은 반면 노년층은 24조2천억원에 그쳐, 자녀 교육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의 노후는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현실이 드러났다.
2023년 국민이전계정 / 출처 : 연합뉴스
더 우려스러운 건 전체적인 적자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국민 전체의 생애주기 적자 총액은 226조4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1년 만에 15.9%(31조원)나 급증한 수치다.
특히 노년층의 소비가 12.0% 늘어난 반면, 이들을 부양할 노동연령층의 흑자 규모는 오히려 4.7% 줄어들었다. 노년층 적자는 179조2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0.3%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등 노년층 소비는 계속 늘어나는데, 저출산으로 이를 뒷받침할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노동연령층의 부양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개혁 논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한 경제전문가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미래 세대가 지금의 노년층을 부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연금을 더 많이 내고 늦게 받는 방향의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