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와 전세사기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내 집 마련의 꿈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라 믿었던 금융기관, 그곳의 직원들이 전세사기범들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평생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잃은 피해자들의 절규가 전국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대전의 한 새마을금고가 그 중심에 섰다.
2025년 대한민국은 전세사기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전세사기 / 출처 : 뉴스1
올해 7월까지 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만 3만 2천여 명, 확인된 피해 금액은 무려 5조 원을 넘어섰다. 불과 3년 만에 피해자 수가 세 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피해는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층에 집중됐다. 피해자의 75%가 20~30대로,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이 평생 모은 보증금을 날리는 비극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피해가 집중되었지만, 대전과 부산 등 전국 대도시에서도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으며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재난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대전 새마을금고의 불법 대출 사건은 단순한 금융 비리를 넘어선다.
새마을금고와 전세사기 / 출처 :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8월, 해당 금고의 전무이사 A 씨를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들이 5년간 특정 건설업자들에게 768억 원을 불법 대출해줬다고 발표했다.
이 돈이 바로 대전 지역 전세사기 조직의 핵심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들은 대출 심사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한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는 돈의 한도인 ‘동일인 대출 한도’ 규정은 휴지 조각이 되었다.
건설업자들이 가짜 사장을 내세워 명의를 속인 것을 알면서도 대출을 승인했고, 담보 가치 평가 등 필수적인 절차는 생략했다. 새마을금고가 사실상 사기 조직의 ‘개인 금고’ 역할을 한 셈이다.
새마을금고와 전세사기 / 출처 : 연합뉴스
A 씨는 대출을 내주는 대가로 3년간 2억 4천여만 원의 뇌물을 챙겼다. 그는 이 돈을 아내와 처가 식구들의 계좌로 빼돌리고, 재산을 은닉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이혼하는 파렴치함까지 보였다.
지난 15일 열린 첫 재판에서 대부분의 피고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은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건설업자 측은 “친한 사이에 주고받은 돈일 뿐 뇌물이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 수익 29억 원을 동결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입은 상처를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민의 신뢰를 배신하고 전세사기 조직의 배를 불려준 이들에게 법의 엄정한 심판이 내려질지,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