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사기 급증 / 출처 : 연합뉴스(좌) 게티이미지뱅크(우)
“저 방송사 직원인데요, 15명 단체 예약을 하려고요.” 불경기에 한숨 쉬던 식당 사장 A 씨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그 전화는 희망이 아닌 절망의 시작이었다. 유명 방송사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의 말에 속아 A 씨는 무려 1000만 원의 피해를 입고 말았다.
이처럼 예약만 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를 악용한 신종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노쇼 사기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과거의 노쇼가 단순히 예약을 잊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취소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노쇼 사기’는 완전히 다르다. 범죄 조직이 개입하여 처음부터 자영업자의 돈을 노리고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진화했다.
사기범들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 누구나 알 만한 단체를 사칭해 신뢰를 쌓는다.
먼저 수십 명 단위의 단체 예약을 잡아 주인의 기대를 부풀린다. 그다음 “윗분이 특정 술을 좋아하신다”, “행사에 필요한 물품이다”라며 자신들이 지정한 업체에서 특정 물품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구한다.
가게 주인이 물품 대금을 사기범들이 알려준 계좌로 송금하면, 그 순간 예약자는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린다.
노쇼 사기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노쇼 사기는 총 2,892건, 피해액은 414억 원에 달했다.
하루 평균 2000만 원에 가까운 돈이 사기꾼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범인을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같은 기간 범인이 검거된 사건은 단 22건으로, 검거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세종, 서울, 부산 등 7개 지역에서는 단 한 건의 사건도 해결되지 않았다.
노쇼 사기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노쇼 문제와 신종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핵심은 위약금 상향이다. 일반 음식점의 경우, 소비자가 예약 시간을 1시간 넘겨서 취소하면 기존에는 위약금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총이용금액의 최대 20%까지 물릴 수 있게 된다.
특히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처럼 손님 한 명 한 명을 위해 미리 값비싼 식재료를 준비하는 ‘예약기반음식점’의 경우, 예약 당일 취소 시 위약금을 최대 40%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관을 사칭한 대량 주문 전화, 특히 가게에서 취급하지 않는 물품을 대신 사달라는 요구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며 “반드시 해당 기관에 직접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