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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떠난 청년들, 그 후 놀라운 변화는?

by 이콘밍글

빚 탕감 약속에 속아
캄보디아행 택한 청년들
경제난이 불러온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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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경제 위기 / 출처 :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납치와 감금 피해를 당한 한국 청년들의 충격적인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 배후에 숨겨진 국내 청년층의 심각한 경제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 5천300%에 달하는 불법 고리사채에 시달리던 젊은이들이 ‘을 모두 없애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해외로 향했지만,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잔혹한 감금과 폭력이었다.



이들의 절망적인 선택 뒤에는 갈수록 무거워지는 부채 부담과 막막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20대 연체율 전 연령층 중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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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경제 위기 / 출처 : 연합뉴스


올해 6월 말 기준 5개 주요 은행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암울한 현실이 숫자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대 연령층의 가계대출 잔액은 34조5천660억원으로 30대나 40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연체율은 0.41%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50대 0.37%, 40대 0.35%, 60세 이상 0.32%, 30대 0.23%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0대의 연체율이 작년 같은 기간 0.39%에서 올해 0.41%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 연체율은 더욱 심각하다. A은행의 7월 기준 20대 이하 대출자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0.80%로, 30대부터 50대까지의 0.37%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활비와 전월세 보증금 상승으로 젊은 층의 대출 규모가 커지면서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권 금융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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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경제 위기 / 출처 : 뉴스1


취업 실패나 연체 기록으로 정상적인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막힌 젊은이들은 결국 2금융권이나 불법 사금융의 손아귀로 떨어지고 있다.



서민금융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조사에서 저신용자 중 20대와 30대의 10%가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2022년 7.5%에서 2023년 9.8%를 거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기준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천887명으로 2021년 말보다 25.3%나 급증했다. 전체 신용유의자 증가율 8%와 비교하면 20대의 신용 위험이 얼마나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020년 이후 30대 이하 차주들의 대출 비중이 29.6%에서 38.3%로 크게 늘어났다며, 이들의 소득 기반이 취약해 향후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빚 탕감 미끼에 속아 캄보디아로, 기다린 건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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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경제 위기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손길을 내민 것은 대부업자와 브로커들이었다. 이들은 연 5천%를 넘는 불법 고리사채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캄보디아로 가면 빚을 모두 없애주겠다”고 제안했다.



절망적인 상황에 몰린 청년들은 이런 달콤한 약속에 현혹되어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중국계 범죄조직의 감금과 폭행이었다.



이들은 강제로 보이스피싱이나 온라인 사기에 가담하도록 강요받았고, 거부하면 물리적 폭력에 노출됐다. 일부는 한국에 남은 가족들에게 몸값을 요구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이 같은 사태를 받아 경찰과 외교부가 합동 대응팀을 파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소득과 취업 기회 확대가 청년층 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경제와 금융 교육 기회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빚의 수렁에 빠진 청년들에게는 당장의 생존이 더 절실한 문제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고금리 불법 대부 피해와 청년 부채 구조, 해외 취업 사기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더 이상 개인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 구조적 문제임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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