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산업의 위기 / 출처 : 뉴스1
“결국 버티지 못했다.” 지난달, 신라면세점은 19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위약금을 감수하며 인천국제공항 핵심 사업권을 포기했다.
이제 시장의 눈은 신세계로 쏠린다. 신세계의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한국 면세 산업 전체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과거 한국 면세점은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대리구매상, 즉 ‘따이궁’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
면세산업의 위기 / 출처 : 뉴스1
이들이 명품과 화장품을 싹쓸이하면서 면세점 매출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핵심 고객이던 중국인들의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을 거대한 면세 특구로 지정하는 등 자국 내 소비를 장려하면서, 굳이 한국까지 와서 면세품을 살 이유가 줄어들었다.
여행객들의 소비 패턴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처럼 쇼핑 목록을 들고 면세점을 찾는 단체 관광객은 줄고, K-컬처 등 체험을 중시하는 개별 자유 여행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고가의 명품보다는 가성비 좋은 제품을 선호하며,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같은 로드숍에서 지갑을 여는 경향이 뚜렷하다.
면세산업의 위기 / 출처 : 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2023년부터 바뀐 인천공항의 임대료 정책이 면세업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공항 이용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매기는 방식인데, 문제는 여행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정작 면세점에서의 씀씀이는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신세계면세점의 고민은 누구보다 깊다. 신라처럼 철수를 결단하자니 1900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이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고 버티기도 쉽지 않다. 매달 60억에서 80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고스란히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산업의 위기 / 출처 : 뉴스1
만약 신세계가 남고 신라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사업자가 더 낮은 임대료로 들어온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더욱이 신세계는 신라와 달리 해외 사업장이 없어 인천공항점의 상징성이 크다. 만약 공항에서 철수하면 명동 시내 면세점 하나만 남게 되어, 사업 규모가 크게 위축되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달 새로 부임한 이석구 대표는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특명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개선의 전문가로 통하는 그가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만간 다가올 소송 인지세 납부 기한을 전후로 신세계의 중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선택이 침체에 빠진 한국 면세업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