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투자 합의 /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의 ‘관세 폭탄’ 위협에 떨던 한국 경제가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미국과의 마라톤협상 끝에 3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98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 마침내 타결됐다.
당장 우려됐던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주력 산업의 수출 부담도 덜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단연 돈 문제였다. 미국이 요구한 거액의 투자금이 한 번에 빠져나가면, 우리나라의 달러가 부족해져 환율이 요동치는 등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한미 투자 합의 / 출처 : 연합뉴스
29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합의 내용은 이러한 걱정을 덜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총 투자금 3500억 달러 중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는 2000억 달러에 대해 ‘연간 200억 달러’라는 상한선을 만들었다. 한꺼번에 큰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10년에 걸쳐 나눠 내기로 한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라며 “굉장히 잘된 협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우리나라가 해외 자산에 투자해 벌어들이는 이자나 배당 수익으로 대부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한미 투자 합의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협상으로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 산업도 한숨을 돌렸다. 가장 큰 성과는 자동차 관세 인하다.
그동안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에 붙던 25%의 높은 관세가 15%로 10%포인트나 낮아진다.
이는 강력한 경쟁 상대인 일본과 같은 조건으로, 현대차나 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더 많은 차를 팔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반도체 역시 또 다른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처럼 주력 상품의 불확실성이 사라지자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불안하던 환율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 투자 합의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매년 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8조 원이 넘는 돈이 10년간 꾸준히 미국으로 향하는 것 자체를 우려한다.
정부 계획대로 외화 운용수익으로 투자금을 낸다 해도, 그만큼 우리나라의 외화 비상금이 불어날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공장을 짓거나 기술 개발에 쓰일 수 있었던 돈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급한 불은 껐지만, 남은 불씨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