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전세난 / 출처 : 연합뉴스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한탄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살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팔리지 않은 새 아파트는 쌓여가는데, 정작 서민들이 찾는 전셋집은 자취를 감추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전세난은 더 이상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28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석 달간 지방 주요 도시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그야말로 ‘증발’ 수준이다.
지방 전세난 / 출처 : 뉴스1
전라남도는 무려 46%가 급감했고, 대전(-31.4%), 광주(-20.9%), 부산(-16.3%) 등 대부분의 광역시에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산업 도시 울산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울산의 ‘전세수급지수’는 113.5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4년여 만의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울산에서는 전셋집 하나를 두고 여러 사람이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 주택 공급이 시장의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 전세난 / 출처 : 뉴스1
최근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저렴하고 실용적인 소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소형 아파트 공급을 외면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이러한 현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60㎡ 이하 소형 아파트 공급은 2023년 3만여 가구에서 2025년 1만 4천여 가구로 반 토막 났다.
반면, 지방 외곽 지역에는 팔리지 않은 중대형 평수 아파트만 쌓여가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다 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83%가 지방에 몰려있다.
지방 전세난 / 출처 : 뉴스1
결국 서민들은 살고 싶은 작은 집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건설사들은 팔리지 않는 큰 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수급 불일치’가 전세난을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도 지방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득세 인하와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지역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세금을 조금 깎아준다고 해서 얼어붙은 수요가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엇갈린 정책과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애꿎은 서민들의 주거 불안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