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벤츠 디 올 뉴 GLC 위드 EQ 테크놀로지/출처-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벤츠와 약 2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대상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 출시될 벤츠의 전기차이며 공급 기간은 2028년부터 7년간이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2년간 벤츠로부터 수주한 네 번째 대규모 계약으로, 고성능 배터리 공급을 넘어 보급형 모델까지 공급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계약은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이 지난달 서울에서 LG그룹 경영진과 회동한 직후 발표돼, 양사 협력 강화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월 8일 공시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와 약 2조 6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028년부터 7년이며 배터리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 출시될 벤츠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벤츠 본사/출처-연합뉴스
이번 계약은 벤츠와의 네 번째 대규모 수주 건으로,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북미 및 기타 지역 전기차용 50.5GWh, 지난 9월에는 미국과 유럽 시장용으로 각각 75GWh, 32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들 물량은 대부분 지름 46mm의 원통형 ’46시리즈’ 고성능 배터리로, 주로 고가 대형 전기차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네 번째 계약의 경우 보급형 전기차에 공급되는 배터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벤츠가 중저가 전기차로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해당 수요에 맞는 배터리 제품군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이며 추후 벤츠와의 협의에 따라 변동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의 ‘전동화 전략’에서 핵심 배터리 파트너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고 보고 있다.
LG엔솔 46시리즈/출처-뉴스1
벤츠가 고성능 모델에서 보급형 모델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도 공급 포트폴리오를 고전압 미드니켈 파우치형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까지 다층적으로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계약은 벤츠가 오는 2027년까지 40종 이상의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시점과 맞물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력과 제품군이 벤츠의 생산 계획과 정합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프리미엄 브랜드 벤츠의 전기차 라인업 중 보급형 모델까지 공급 범위를 확장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기존 하이엔드 중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저가 시장까지 정면으로 대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단순 공급 계약을 넘어, 중국 중심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대체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LFP 배터리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출처-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르노자동차와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통해 국내 최초로 전기차용 LFP 시장에 진입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저가형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직접 경쟁도 본격화됐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내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 회복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10월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중국 내수 제외) 사용량은 377.5GWh로 전년 대비 28.5% 증가했으나,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전년보다 6.3%포인트 하락한 37.6%였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의 LFP 진출과 ESS(에너지저장장치) 확대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이 이루어지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공급 계약은 메르세데스-벤츠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지난 11월 13일 서울 여의도의 LG트윈타워를 방문해 LG그룹 경영진과 회동한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성사됐다.
당시 칼레니우스 회장은 “LG와 메르세데스-벤츠는 혁신과 품질,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양사의 강점 결합을 강조한 바 있다.
벤츠/출처-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벤츠의 협력은 이번 계약을 기점으로 단순 공급을 넘어 미래차 공급망 구축 전반에 걸쳐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공급망 재편과 기술 경쟁의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 배터리 산업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