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이별

애호박찌개

by 티캣

아침 수영을 빙글빙글 돌다 나오면 아무리 쌀쌀한 날이라도 땀이 나고, 허기가 진다. 뭘 해 먹을까 생각하며 집에 돌아온다. 동거인에게 손수 싼 도시락과 주전부리들을 쥐어 출근길 배웅하고, 빨래를 돌리고, 아침에 할 일을 좀 해치우자니 창 밖에서 시끄러운 공사소리가 들린다. 거실 창 밖에 바짝 붙어서 우리 집 창을 두드리던 주인 없는 감나무가 흔적도 없이 잘려나갔다. 바람이 불면 창을 퉁, 퉁, 두들기거나 긁어서 무섭기도 했지만 그 가지에 참새며, 까치며, 직박구리 따위가 쉬어가기도 하고 동네 고양이들에겐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했던 나무인데... 뻥 뚫린 창풍경이 시원하면서도 많이, 꽤 많이 섭섭하다.

괜히 허전하고 썰렁해지는 오전시간이다. 오늘은 날이 흐려 기분이 더 가라앉는다.

오후엔 감당해야 할 수업이 줄줄이 자리 잡고 있어서 든든히 먹어야 하는 날. 이대로 쳐져있을 순 없지.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옮겨둔 소고기 한 장이 말랑말랑해져 있다. 냄비를 중불에 달구고 가짜 들기름(진짜 들기름은 다 먹었다. 슬프다.)을 뿌리고 소고기를 굽는다. 앞 뒤로 돌려 겉 면이 익으면 가위로 조각조각 오려낸다. 큼직하면 좋겠지만 한 숟갈에 조금이라도 많은 수를 건질 수 있도록, 조금 작게 오린다.

새우젓을 한 숟갈 넣고 같이 볶아 맛을 더한다. 주방은, 아니 작은 집 전체에 쿰쿰하고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엊그제 외출하며 사둔 못난 애호박을 꺼내 깨끗이 씻고 나박나박 썰어 넣는다. 애호박찌개답게 애호박을 몽창 넣는다. 많이 넣을수록 맛있을 것이라 믿으며. 양파도 반개, 대파도 대충 종강종강 썰어 같이 넣었다.

애호박 전체에 기름이 둘러지면 수돗물을 콸콸 붓고 끓인다. 물 양은 대충 재료가 잠길 정도면 된다. 물이 끓으면 고추장과 된장 약간, 고춧가루 약간을 넣고 또 팔팔팔팔 뜨겁게 끓인다.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를 좀 넣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한다. 애호박과 양파, 소고기가 날 위로해 줄 준비를 뜨겁게 한다.


자 이제 준비는 됐고, 이따 이 찌개를 다시 끓여서 밥이랑 같이 먹어야지. 허전함이 조금은 채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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