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계속 좋았다.
불안장애가 오고 난 뒤,
밤마다 잠들기 어려웠던 나는
습관처럼 매일 가방끈을 꼭 쥐고
세 시간씩 걸었다.
걷고 나면, 그제야 잠을 청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걸은 날이 어느덧 70일째.
하얀 운동화의 밑창이 툭, 하고 떨어졌다.
‘아직 더 신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마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신기하게도, 그날 따라 운동화 광고가 떴다.
핑크색 운동화.
한 번도 골라본 적 없는 색이었다.
핑크는 어울리기 어렵고, 금방 더러워지니까.
그래서 늘 흰색, 회색, 검정만 신어왔는데—
그 운동화만큼은
계속 눈에 밟혔다.
결국, 나는
처음으로 핑크색 운동화를 샀다.
그날, 예쁜 원피스를 입고
내가 좋아하는 분홍 리본핀을 꽂고
핑크색 운동화를 신었다.
여전히 가방끈은 꼭 쥐고 있었고
목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나는 처음으로,
내가 고른 색으로
세상에 나섰다.
그 발걸음은
그 누구보다도,
설레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세상에
나의 색을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