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엔 너무 다정한 나를 위해

by 윤슬하


나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었다.


진심을 꺼내고 또 꺼내며,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내 마음이 닿기를 바랐다.


하지만,

단 하나에도 닿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조금씩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내 앞에서 한 겹, 또 한 겹

자신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었다.

“이런 나도 괜찮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응, 지금의 너가 더 좋아.”


사람들은 다시 벗었다.

“이래도? 이런 모습도?”


마치,

자기조차 미워하는 모습을

내가 사랑해 주길 바라듯이.


나는 다시 말했다.

“응, 그게 진짜 너 같아서 난 더 좋아.”


그런데 사람들은

믿지 못한 듯 도망쳤다.


익숙한 껍질을 다시 쓰고,

자신이 안전하다고 믿는 현실로

조용히 뒷걸음쳤다.


아이러니했다.


그토록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다던 사람들은

정작 그 순간,

자신을 숨겼다.


그렇게,

또 내 진심은 닿지 못했다.


한없이 무너져 내리던 어느 날,

이번만은 닿기를 간절히 빌고 또 바라며

나는 마지막, 처절한 진심을 꺼냈고


그마저 부서지며

나를 지탱하던 마지막 기둥도

툭, 하고 꺾였다.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일까?’

‘누군가 제발, 나를 안아줬으면…’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일까?’

‘다들 잘 버티는데, 왜 나만 이렇게 약할까?’

‘제발, 이 고통이 끝났으면. 제발…’


의지할 곳 하나 없던 나는

방 안에 웅크려

곰인형을 꼭 끌어안고

속으로만 외쳤다.


“살고 싶어요.

누가 제발, 나 좀 도와주세요.

죽어야만 끝나는 고통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제발… 그만.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때,

내 안의 내가 말했다.


‘넌 바보잖아.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해.

끝내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도

미워하지 못하고.

그렇게 살고 싶다면서

아무것도 가지려 하지 않잖아.

넌 나약해.

그런 네가 더 살아서 뭐 해?’


그리고,

또 다른 내가 조용히 말했다.


‘맞아...

나는 유약하고,

싫은 소리도 못 하고,

늘 괜찮다, 죄송하다—

그런 말만 해.’


‘그래서 누구 하나 상처 주지도 못해.

맞아... 앞으로도 그러겠지.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수십 날을

아무 말도 못 한 채

곰인형 하나 끌어안고

나라는 생은 안으로만 작아졌다.


조금 더,

조금 더 작아지다가

거의 사라지려는 순간까지도

나는 단 한 번도,

대답 하나 말하지 못했다.


그때,

정적처럼 고요한 틈이 생겼다.

아주 깊고 낯선 내면 어딘가에서

무너진 별 하나의 심장이


희미하게,

요동쳤다.


마지막 하나 남은 빛마저 태우고서야

나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게 무너지는 순간에도

누구 하나 상처 주지 못하는

이 다정한 내가

왜 사라져야 해?’


그 물음은

슬픔도, 분노도 아닌

처절한 사랑이었다.


나는

누구 하나 다치지 않게 하려고

수천 번 나를 깎았다.


말끝마다 미안하다,

괜찮다고 웃으며,

상처 주는 말 대신

언제나 사랑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무너지면서도

나는 여전히 다정했고,

부서지면서도

사랑을 택했다.


그러니,

그토록 사랑으로 살아온 내가

왜 이 세상에서

지워져야 하냐고—

나는 묻고 싶었다.


그제야 보였다.

나를 지탱하던 건

날카로운 강함이 아니라,


깎이고 깎여

부드럽게 남겨진

다정함이었다.


나는

누구 하나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나를 깎아 세우고,

그렇게 수도 없이 무너지면서도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


마지막 진심마저 닿지 못해

모든 것이 무너지던 순간,


나는 마지막 기둥처럼 남은 나를

두 팔과 두 다리로

꽉 껴안았다.


그리고 말했다.


“살고 싶어.

살아서 사랑하고,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아무도 그 사랑을 줄 수 없다면

내가 나에게 줄게.

내가 널,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게.

그러니, 죽지 마.

우리 둘이 같이 살아가자.”


그리고 그 자리 깊숙이—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사랑을

조용히,

심어두었다.


그 사랑은 바로,

나라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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