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이
용기이는 투명한 초록색에 머리 위에는 새싹이 피어있고, 언제나 손 위에는 진심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들고 있다.
용기이를 바라보려면 나를 믿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용기이는 항상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지만, 그 손도 나침반을 보기에도 나는 너무 무서웠다.
진심을 말하면, 미움받을까 봐.
이 길이 옳지 않은 길일까 봐.
완전히 내가 무너져버릴까 봐.
용기이가 가리키는 방향도, 이 길이 옳은 방향인지도 늘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늘 용기이는 말했다.
"감쟈야 괜찮아. 조금만 가보자."
그래서 조금 더 한 발짝 나아가보기도 하고, 겁나서 뒷걸음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용기이의 손을 용기 내 잡아보았다.
처음엔 너무 무서웠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
늘 누군가를 먼저 살폈던 그 길의 끝에서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한 말을 먼저 하기 시작했다.
사랑했기에 경계를 세웠고, 더 이상 다른 이의 불안도 슬픔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건 놓아주었다.
그렇게 용기이의 손을 잡고 진심을 향해 두려운 발걸음을 걸어가는 순간. 나는 내가 걸어왔던 반대길이 보였다.
진심이 속삭였다.
"괜찮아. 이 회사가 아니어도 돼."
"괜찮아. 너를 먼저 사랑해도 돼. 그건 너의 몫이 아니야."
그렇게 용기이를 믿는 순간 용기이는 나를 나에게 데려다주었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나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