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이는 조그만 채구에 한껏 웅크려 있는 아이다. 눈은 크고 맑지만 누가 봐도 속상한 게 있는 표정이다. 앙다문 입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는 말풍선엔 꾹이가 못다 한 말이다. 내가 무섭거나 불안해하면 구석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숨는다.
꾹이에게는 리본에 작은 방울이 달려있다.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아서 내가 귀 기울여야 겨우 들린다.
근데 오늘 꾹이가 다시 덜덜 떨면서 방울이 딸랑하고 흔들렸다. 꾹이는 전화벨이 울릴 때, 가슴 한가운데가 쿵하고 꾹 하고 눌리고 다리가 덜덜 떨린다. 출근이란 단어에 숨이 꽉 막히고, 누군가 물어봐도 괜찮아하며 꾹 참는다.
꾹이는 내가 너무 아파서 감당 못했던 감정들을 내가 떠넘긴 아이다.
말 못 할 고통들이 너무 심할 때, 말해봤자 무슨 소용일까 싶었을 때, 그냥 혼자 속으로 삭였을 때.
결국은 병원에 가자말자 두 개의 진단명과 3개월의 진단서를 받아 나왔다.
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상세불명의 의증.
땅이 흔들리고, 사람들이 뿌옇게 보이고, 현실이 아닌 것 같던 모든 뇌의 시스템이 생존 긴급 반응으로 들어갔을 때, 꾹이가 나의 모든 감정들을 대신 받아갔다.
그래서 오늘 다시 회사에서 전화가 왔을 때, 꾹이는 또다시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덜덜 떨렸다.
그래서 내가 꾹이랑 같이 곰인형을 꼭 안고, 이불을 푹 덮고서 말했다.
"꾹이야 괜찮아. 이건 옛날 기억이야. 그때 꾹이가 하고 싶은 말 못 들어줘서 미안해. 우리는 옛날의 우리가 아니잖아. 이제는 우리가 우리를 지킬 수 있어."
그러니 꾹이가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다시 실망시킬까 봐, 혼날까 봐 그럼 말 못 했었는데 이제는 해도 돼?"
"응 괜찮아 괜찮아. 감자가 아니 우리가 이제는 우리를 지킬 수 있어. 꾹이한테 다 안 떠넘길게."
그렇게 꾹이는 나랑 같이 한참을 곰인형을 안고 이불속에 폭 숨 쉬며 서로를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