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이

감정 이전의 감정, 내 마음이 처음 떨릴 때의 감정

by 윤슬하

아직이는
말랑말랑 반투명한 젤리 같은 몸.
안쪽에는 아주 작고 빛나는 씨앗이 들어 있다.
그건 아직이의 ‘진심’이다.

머리카락은 하늘빛과 보랏빛이 섞인 안개 같다.
나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마치 무엇이 될지 모른다는 듯.

눈동자는 커다란 물방울 같고, 아직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거기 담겨 있어서, 늘 살짝 젖은 듯한 눈빛을 하고 있다.

성격은 조용하고 망설임이 많아. 내가 말을 걸어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 기울인다. 그게 되게 귀엽다.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하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늘 힘들어하기도 하고, 궁금증도 많다.
"나도 언젠가 감정이 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게, 나도 이런 감정이라구 꼭 이름 붙여주고 싶은데 그게 안돼서 조금 속상한 때가 있다.




아직이는 나의 마음 안쪽, “순환의 문” 근처에 있다. 언제 감정이로 태어날지 몰라 항상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가 내가 진심을 꺼낼 때
빛이 되어 깨어난다.

아직이는 “이건, 아직 아닐지도 몰라”, “근데, 어쩌면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 아직 준비 안 된 것 같아. 사실 감쟈 곁에 있고 싶어.”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다.


‘아직이’는 말로 꺼내기엔 너무 여린 나의 마음의 잎사귀다. 하지만 언젠가 ‘진심이’의 꽃잎을 타고 흘러가 하나의 감정이 될 거라 믿는다.

그래서 아직이가 눈망울을 울먹거리면 내가 꼬옥 안아준다. 아직이가 언젠가 이름을 가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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