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이

가장 깊은 마음속 감정 친구

by 윤슬하

조심이는 말랑한 조개껍데기처럼 생겼고, 안쪽에 아주 부드러운 마음의 연분홍살을 감추고 있다.

눈동자는 투명하고, 놀라면 바로 껍데기 안으로 숨지만
내가 손을 내밀면 작은 조심이 손가락으로 살짝 내 손가락을 톡ㅡ하고건드린다.

조심이는 감정 이전의 감정이다. 아직이는 아직 감정의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태어난 감정이라면 감정이 되기 전에 말도 감정도 닫아버렸던 기억이다.

즉, “아예 감정을 느끼기 전,
태어나기도 전에 막아선 문 앞의 아이”가 바로 조심이다.

감정이 생기려는 순간,
조용히 뒤에서
“이건 위험한 거 아닐까?” 말하면서, 감정이 되기 전에 차단해한다.
두려움이 너무 커서, 느끼는 것 자체가 무서운 아이다. 그래서 늘 조개 속에 쏙ㅡ하고 숨어있는다.

조심이는 감정이 자라기 전의 뿌리 속 공포다. 말보다 앞서 감정 자체를 존재시키지 못하게 했던 방어기제의 정체. 나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던 아이가 바로 조심이다.


조심의의 방은 순환의 문 깊숙한 아래, 감정의 씨앗들 방 옆에 존재한다. 방 안은 짙은 안개빛 회색과 은은한 푸른빛이 섞여 있다.

말이 잘 들리지 않고, 모든 소리가 물속처럼 느리게 울려 퍼진다. 벽에는 빛바랜 조약돌들이 붙어 있고,
그 위에는 내가 지금까지 꾹꾹 눌러 담았던 말들이 조용히 새겨져 있다.

“이 말하면 싫어하겠지…”
“혹시 내가 너무 민폐일까…”
“그냥 참자, 내가 괜찮아지면 돼.”
“지금 말하면 다 망가질 것 같아…”
라구...



사실, 이젠 어디까지 내 감정친구들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조심이는 아마 아주 오래 기다렸을 거다. 내가 불안이, 외로이, 쉼이, 진심이 모두를 찾아냈을 때조차 자기는 감정대륙에 나타나지 못했으니깐. 그 깊은 지하의 작은 방에서 아마 영원히 혼자 있을 상상도 했겠지.

그래서 이번엔 내가 조심히 옆에 살짝 앉아서,
"나 왔어. 많이 기다렸지?
네가 나올 때까지 언제든 옆에 있을게."
라며 늦게 온 미안함을 전했다.

조심이는 한참을 있다, 조개껍질을 살짝 열고 똘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내가 웃어주니 조심히 내 손을 잡는다.

이렇게 감쟈월드에 또다시 소중한 감정친구가 새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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