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진심이 꽃이 될 수는 없지만, 그 씨앗은 언젠가 나를 피운다.
평온의 언덕은 진심의 성소와 불안대륙 사이, 안개와 햇살이 맞닿은 곳에 있다. 어떤 글들은 세상에 써서 내어놓는다면, 어떤 글들은 품어야 할 말들이 있다. 나는 오늘 평온의 언덕에 전하지 않을 편지 한 장을 고이 적어, 손에 접어들고 이곳으로 향했다.
진심이는 은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나의 손을 꼭 잡고 그곳으로 함께 걸어가 주었다. 이제 막 봄의 따스한 바람이 부는 이 언덕 위에, 나는 무릎 꿇고 앉아 고운 흙을 두 손으로 조심히 팠다.
그리고 그곳에, 고이 접은 편지를 묻는다. 누구에게 전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위해.
따스한 언덕 위엔, 민들레 홀씨들이 봄바람에 흔들리고 언덕 위에 조그마한 새싹이 하나 피었다. 편지로 적어, 내 마음속 언덕에 묻힌 글은 예쁜 꽃을 피우려 준비하고 있었다.
이 언덕 주변에는 시간이 지나, 진심을 양분 삼아 더 예쁜 꽃들이 잔뜩 피어났다. 그리고, 낮이면 어린 감정들이 놀러 와 새싹 주변에서 함께 노닌다. 오늘은 또 얼마나 컸을까?
어린 감정이들은 그 곁에서 새싹을 돌보며, 새롭고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 간다.
내 안에서 기억으로 보호받은 진심은 이제 아픔이 아닌 또 다른 사랑의 이름으로 나를 따스히 비춘다.
모든 진심이 꼭 닿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이제는 그 진심들을 고이 묻어, 더 예쁜 싹으로 틔울 나만의 언덕이 생겼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