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이

기쁨의 대륙과 슬픔의 대륙 그 사이에 머무는 아이

by 윤슬하


향수이는 아직 과거의 햇살을 품고 있는 아이다.

기쁨의 대륙과 슬픔의 대륙 사이에서 헤매는 아이, 옛날 노래가 구슬피 흘러나오는 오르골을 품에 안고 다닌다.

눈은 늘 반쯤 젖어 있구, 머리카락엔 말라붙은 꽃잎이 한 장 떨어질 듯 말 듯 조심히 붙어있다.

햇살빛 리본이 그 주위를 살랑이며 맴돌면서, '기억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그 향기는 금방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때의 웃음소리를, 그때의 따뜻함을 아직 못 잊어 나는 여기에 머물러."

향수이는 감정이들 중에서도 '시간 사이의 결'을 떠도는 아이다.


실 향수이는 "기쁨의 잔향"이다. 완전히 사라지지 못한 기쁨이 슬픔과 섞여버렸을 때 태어났다.
그래서 늘 따뜻한 빛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조용한 쓸쓸함이 있었다.

향수이의 오르골은 "기억의 반복 장치"다.

그때의 웃음, 그때의 온기, 그 때의 목소리를 계속 되감고 또 되감고 멈추지를 못한다.

그래서 향수이가 기쁨이 대륙으로 가려하면 슬픔이 대륙의 바람이 그 손목을 살짝 붙잡구 말한다.

"조금만 더 머물러줘. 아직 향이 다 사라지지 않았잖아. 이 향이 사라지기 전까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향수이는 발걸음을 조용히 멈춰 선다. 그렇게 빛과 그림자의 경계선에 앉아 고요히 오르골을 돌리는 아이다.


단순히 과거가 그리워가 아니라, 그리움이 기쁨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란 걸 알아서 태어난 아이.

아침엔 햇살을 따라가고, 저녁엔 사라진 웃음을 들으며 그렇게 고요히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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