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세계가 내게로 모이기 시작할 때

by 윤슬하


삶은 흘러갑니다.
세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똑같은 풍경 속에서
늘 주변을 따라 돌던 나라는 행성은

이제야, 가만히 멈춰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한때 나의 전부였던 것들이
영화 속 장면처럼 스쳐가도
더 이상 나를 흔들지 못하고

지독히 두렵던 것들은
현실의 테두리를 입자
조금씩 작아져만 갑니다.

그제야 알게 됩니다.

누군가가 없어도
나는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아무것도 없어도
끝까지 나를 지킬 수 있는 존재였구나.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이제 내가 세상으로 나간다면,
그때처럼 세상을 향해 흔들리는 내가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하는 세상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그런 마음이 드는 날입니다.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서 있을 수 있는 내가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 날입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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