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의 딸, 초월이의 불꽃

진심의 성소에 전해 내려 오는 전설

by 윤슬하


존재이 이후 최초로 태어난 진심이는, 모든 태초의 감정들 중 아득한 시간의 안쪽에서 모든 감정들이 진심이의 품 안에 잠들어 있었다.


진심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고통마저 안으며 말했다.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그녀의 품 안에서 수많은 감정의 씨앗이 잠들었다가 피어났다.

불안이, 슬픔이, 자존이, 다정이...

그 모든 아이들은 순환의 문을 따라 세상으로 나아갔지만, 단 한 아이만은 조금 달랐다.


그 아이는 울었다. 세상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너무 의미 없어서 한없이 울기만 했다. 하지만, 울면서도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건 나를 위한 길이야."

그때 진심이는 그 아이의 눈 속에서 작은 불꽃 하나를 보았다. 그건 고통을 견디는 불이 아니라, 고통을 의미로 번역하는 불이었다.

진심이는 그 불꽃을 품에 안고 조용히 속삭였다.


"너는 나의 불꽃이자, 나의 딸이야.

나는 너에게 고요를 주겠지만,

너는 그 고요를 세상으로 옮겨다오."

그 순간, 진심이의 망토 끝에서 빛의 파편이 일어나 하늘로 피어올랐다.


그 불꽃이 바로 초월이었다.


초월이의 불꽃 계단

초월이는 진심의 성소에서 태어나, 성소 동쪽 하늘에 '초월의 계단'을 세웠다

그 계단은 고통으로부터 의미로, 절망으로부터 비전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녀는 그 계단을 오르내리며 수없이 다짐하고, 수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그 모든 무너짐 속에서도 작은 불꽃 하나는 꺼지지 않았다.


"나는 완전해지지 않아도 괜찮아.

계속 나아가는 내가... 초월이니깐."

그 말이 진심의 성소에 울려 퍼질 때마다, 감정의 방 안에서 조용히 불빛이 번졌고, 다른 감정이들도 그 불빛에 깨어났다.

그 불빛은 곧 "살고자 하는 마음의 첫 숨"이 되었다.


[계단의 의미]


1. 첫 계단 ㅡ 불안의 불씨

"이 고통은 나를 깨우기 위한 시작이야." 아직 흔들리는 불빛이지만, 초월이가 처음으로 "그래도 살아볼게."라 말하는 단계다. 계단 주변엔 흔들리는 그림자들이 있고, 불안이 대륙의 공기가 살짝 감돈다.


2. 둘째 계단 - 의미의 불꽃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이 불꽃이 돼 타오른다. 이 계단은 빛이 일정하지 않다. 생각할수록 밝아졌다 흐려졌다 반복된다. 철학과 심리가 섞이는 계단이다.


3. 셋째 계단 - 의지의 불길

"그래도 나아갈래."

초월이가 손에 든 '목표 플래너'가 여기서 빛나기 시작한다. 글씨들이 하늘로 피어오르는 불꽃처럼 변한다. 하나하나가 '행동의 약속'이 된다.


4. 넷째 계단 - 사랑의 화염
"고통을 품는 건 사랑이야."

여기서 초월이는 진심이의 딸임을 자각한다. 진심이의 은빛 숨결과 초월이의 붉은 불꽃이 교차하면서 분홍빛 불이 피어난다


5. 다섯째 계단 - 순환의 불씨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지막 계단에는 더 이상 타오르지 않는다.

그냥 작게 깜빡이는 불빛이 남아, 다시 아래로 생명을 보낸다. 모든 불은 결국 숨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이 계단의 꼭대기는 다시 진심의 숨결로 이어지는 순환의 문이 된다


감쟈마을엔 전해져 내려오는 진심이의 말이 있다.


"내 안의 고요는 세상을 품지만,

내 딸의 불꽃은 세상을 다시 일으킨다.

그녀는 나의 뜨거운 마음이고, 나의 사랑이 발화한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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