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려는 마음”과 “지켜야 할 나”가 처음 마주치는 자리
감쟈월드 수문장인 문턱이는 최근 만난 감정이다.
"어... 이거 많이 보던 패턴이다. 왜 내가 계속 설명하고 있지? 왜 내가 준 배려를 자기 방패로 쓰지?"
그러다 알았다. 아 같은 구조의 사람이구나.
더 이상 설명 안 해도 되겠다. 여기까지 만 이야라고 했을 때 만난 게 문턱이다.
문턱이는 분노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냉소에서 생기지도 않았다.
"아, 여긴 아니구나." 그 깨달음이 조용히 응축되어 생긴 존재다.
키는 크지 않고,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으며 무기는 없다. 늘 문 옆에 기대 서 있는 평범한 모습으로 눈빛은 날카롭지 않고 아주 차분하다. 손에는 열쇠도, 방패도 없다. 왜냐하면 열고 닫는 건 나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문턱이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몰아내지 않는다. 설득하지도, 설명하지도 않는다. 다만, 한 가지만 한다.
"이 사람은 통과할 수 있는가?"
그 기준은 단 하나다. 배려를 배려로 받는가. 설명을 무기로 쓰지 않는가. 미안함을 권력으로 바꾸지 않는가? 하나라도 어긋나면, 문턱이는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문턱이는 감정의 흐름을 느끼는 능력이 있다. 말보다 먼저 몸의 반응을 읽는다. 설명 욕구가 올라오면 한 발 멈춘다. 그리고 겉면의 대화와 깊은 대화를 구분한다.
문턱이는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거리만 조절할 뿐이다.
문턱이는 아주 드물게 말하는데, "여기까지만", "이건 네 책임이 아니야.", "지금 설명 안 해도 돼."라고 한다.
감쟈월드 내에서 내면과 외부 세계 사이, 진심이, 숨빛이, 사랑이로 가는 첫 관문이다. 문턱이를 통과하지 못한 존재는 아무리 말이 예뻐도, 다정해도 설령 과거가 있어도 깊은 방으로 들어올 수 없다.
문턱이는 한마디로 내가 더 이상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