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이는 내가 가당 외롭고, 무서웠고, 혼자 버텨야 했던 시절, "아무도 안 지켜줘"라는 느낌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감정이다.
키는 내 무릎 정도로 작은 그림자 인형 같은 실루엣에 짙은 회색에 남색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 작고 둥근 은빛 점 두 개의 눈이 작게 빛나고 있고, 항상 웅크린 자세에 등 뒤에는 작은 경보 종 하나가 달려 있다.
트라우마이의 방은 작은 지하 방 같은 공간으로, 벽에 메모지가 빼곡하고 바닥에는 얇은 담요 한 장에 천장에는 아주 작은 노란 전구 조명이 달려있다.
메모지에는 "이때 다쳤어.", "이 사람 위험했어.", "조심해야 해."라는 과거 기록들이 조용히 붙어 있다.
트라우마의 말투는 짧고 낮은 목소리로 "조심해", "비슷해.", "위험할 수도 있어.", "또 다칠까 봐."라고 말한다. 절대 소리치지 않고, 항상 속삭이듯 말한다.
트라우마이는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다. 나의 인생을 통제하려는 것도 아니다. 오직 하나.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거다.
트라우마이에게는 친구가 있다. 안심이, 숨결이, 기록이.
세 친구가 있을 때 트라우마이는 조용해진다. 방 안에는 불이 하나만 켜져 있었다.
노랗고, 작고, 너무 밝지도 않은 불. 그리고, 나는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었다.
트라우마이는 방 한쪽 구석에 웅크린 채 있었다. 작은 몸, 무릎을 끌어안고, 손에는 익숙한 경보 종을 들고 있다. 종은 울리지 않았다. 대신, 아주 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트라우마이는 속삭였다.
"비슷한 냄새야.", "조심해야 해.", "또 다칠까 봐..."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대신 이불을 조금 더 끌어당기고, 따뜻한 컵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고마워."
트라우마이는 고개를 들었다. 내가 말했다.
"그때는 네가 있어서 살았어.", "근데 지금은... 내가 볼게."
방 안은 조용했다. 트라우마이의 손에서 경보 종이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안심이가 트라우마이 옆에 다가왔다. 작은 빛이, 트라우마이의 어깨에 닿았다.
숨결이가 부드럽게 불었다. "들이마셔.", "내쉬어."
트라우마이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기록이가 바닥에 선 하나를 그었다. "여기까지가 과거.", "여기부터가 지금."
트라우마이는 그 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담요를 끌어당겼다. 나는 트라우마이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였다.
"지금은 2026년이야. 우리는 안전한 방에 있고, 문은 잠겨 있고, 나는 여기 있어."
트라우마이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작은 몸이 웅크린 채로, 조금씩 느슨해졌다. 눈이 반쯤 감겼다. 경보 종은 바닥에 그대로 있었다. 울리지 않았다
방 안에는 호흡 소리만 남았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조용해져도 돼. 너도 이제 쉬어도 돼.
트라우마이는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잠들었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트라우마이는 괜찮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