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 둘이서 나를 찾아왔을 때

by 윤슬하


인생에는 두 개의 절망이 같이 산다.

하나는 내 안에 살고,

하나는 내 밖에 산다.


내 안의 절망이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키워낸 아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어디가 가장 아픈지

언제, 어떻게 찌르면

제일 무너지는지도

너무 잘 안다.


“이래도? 그럼 이번엔 요렇게?”

“아쭈, 요래도?”


사실은…

그저 품어달라,

투정 부리는 걸지도 모른다.


바깥의 절망이는

진짜 절망이다.


이유도 없다.

그냥 가다가,

내가 거기 있었단 이유만으로

사정없이 후드려팬다.


“우씌” 하며 째려보면

“아쭈, 너 견뎌?” 하며

더 세게 때린다.


그러면 나는

피할 틈도 없이

그저 맞는다.

피멍이 든다.


그리고 이 둘이 만나는 날,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다.


현실은 말한다.

“일어나. 그래도 살아야지?”


내 마음은 속삭인다.

“나 너무 지쳤어…

조금만 더, 쉬면 안 될까?”


그렇게 나는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럴 땐

내 마음이를 꼭 안아주며

엉엉 운다.


“응, 괜찮아.

쉬어도 돼.

미안해.

사실 나도 너무 힘들었어.

우리, 그냥 같이 좀 쉬자.”


그렇게 후드려 맞고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지 않나.


나는 마음이와 함께

손을 꼭 잡고 누워본다.


그리고 작게 웃어본다.


“그래도, 다음엔

절망이가 나 못 보고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안 되겠지?

그치만 괜찮아.


그래도 나는,

마음이랑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