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감정이들은
나에게 조심히 다가왔다가,
내가 외면하면
살포시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들은
실은 내 안에서
점점 더 크게 자라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마음속,
나보다 훨씬 큰 감정이가 서 있었다.
너무 무서워 도망치고 싶었다.
마주하면
내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아이는
너무 오래,
너무 홀로 있었다.
더는 견딜 수 없다는 듯
조용히 울부짖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다가가
덜 무서워지도록
조그맣게 눈, 코, 입을 그려주고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 순간,
감정이는 작고 말랑한 생명체가 되어
내 품에 쏙 안겼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다시는 외롭지 않도록,
이름을 주고
얼굴을 주고
자리를 내주었다.
그렇게 친구가 된 감정이는
내가 더는 혼자가 아니게 해 주었고,
나는 그 아이의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