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해 너의 이름은

by 장원석

짙회색 흙이 물에 잔뜩 섞여 꾸덕 꾸덕 서로 뒤엉켜 붙었다. 뒤엉킨 진흙 그물 사이로 푸른 초록의 잎들이 저마다 숨쉬기 위해 하늘로 힘차게 팔을 뻗었다. 내뻗은 손이 미쳐 파란 하늘에 닿지 못한 풀이 있었다. 그것은 초록의 자신을 잊은 채 몸에 짙게 더 진하게 뒤엉켰다. 거짓말 같이 하늘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파란색이였으나 금새 회색빛으로 변해버렸다. 그 사이 구름에서는 비 눈물이 떨어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회색의 비에 그들의 몸이 씻겨 나갔다. 하늘에 닿지 못한 풀들은 그렇게 자신의 색을 바라보았다. 초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풀은 뒤엉킨 진회색의 진흙을 뚫고 하늘에 닿으려 했다. 회색풀이 진실을 마주한 순간 그들의 마음 안에서도 조금씩 전진하려는 마음이 생겨났다. 생겨나자 피어났다. 차오른 것이다.

하늘로 뻗은 초록 잎 사이로 순백의 옷이 생겨났다. 그물처럼 엮여 있는 진회색의 허물을 벗고 역동하고 움직였다. 새로움이 피어났다.

비 눈물이 사라지고 순백의 피어남 사이로 따듯한 구름 빛이 말했다.

“환영해. 너의 이름은 연꽃이야.”



● 10개의 연작을 마무리 하며.

: 진흙에서 핀 연꽃은, 제가 좋아하는 불교 책인 고타마싯타르타의 <숫타니파타>의 한 부분을 읽다 상상하며 적어보았습니다. 초단편 소설집을 연재하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유독 피곤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잠이 드는 날에는 해야 할 일을 놓친 것 같다며 새벽 일찍 눈이 떠지고는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직장생활과 단편소설을 함께 쓰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러나 확언드릴 수 있는 건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던 진흙에 뒤엉켜 있던 제가, 진흙을 벗어나 비로소 쓰게 된 뒤에 마치 연꽃이 활 짝 핀 상태인 것 같다는 것이에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딘가에서 쓰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 글이 당신들에게 닿기를


당신들의 글이 다시 나에게 닿아


제가 어디선가 당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를


그것이 또 누군가에게 닿아


활짝 피어 나기를.


장원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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