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2025년 8월 12일 오후 7시 54분. 지구에 흰 막이 씌워지듯 전 세계적으로 백야현상이 일어나, 눈을 감은자와 떠있는자들 모두가 하얘져버린 세상을 마주했다. 그 현상이 일어난 직후 24시간 동안 전례 없는 혼돈이, 지옥과도 같은 무질서함이 전 세계에 확산되었다. 2025년 8월 11일과 8월 12일. 각 국가들은 이 날을 홀 데이(HOLE DAY)라 명명하였고, 세상은 다시 태어난 인류와도 같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했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질서를 찾았으니 다행이지. 홀데이가 계속 됐어봐. 정말 끔찍했다. 근데 너 그 소문 들었냐. 지금 우리나라만 해도 점점 고층 건물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거야. 지금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돈 있는 사람들이 건물을 세우고 있대. 언제 또 홀데이가 찾아올지 모른다 이거지.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예방만 졸라 하는거야. 돈있는 것들이. 인터넷 어디에선가 봤는데 홀데이 이후에 우리나라 정부에서 가장 먼저 검토한 일이 총기 수입 방안, 그리고 고층건물의 제한을 없애는 법이였댄다. 홀데이가 멈췄으니 망정이지. 근데 난 사실 홀데이 날 배달아르바이트를 가고 있었거든? 백야현상이라고 했지. 난 백야현상을 겪은 기억이 없는 거야. 씨발. 그날 그 시간이 8시였나 그랬을걸? 세상에 닭들은 모조리 한국인이 쳐먹는게 분명하다니깐. 그날도 치킨을 배달하러 가고 있었어. 여기저기서 콜은 들어오지. 휴대전화 2개 끼워놓고 대발이를 타고 가는데. 아 대발이는 내 애마. 아 애마는 오토바이. 아무튼 대발이 끌고 가는데 뭐 초밥집에서 연락와, 김밥집에서 연락와. 짱깨집에서 연락와. 아무튼 졸라 연락 오는데 그냥 가장 가까운 곳에 콜을 받았지. 역시나 치킨집이야. 치킨도 뭐 종류도 졸라 많아. 셀 수가 없는 거야. 가장 가까운 곳에 콜을 받고 내비게이션에 가게를 찍었어. 15분 정도 나오더라고. 담배나 피면서 좀 기다렸다 가면 되겠다 생각하고 있었지. 사무실 앞에서 담배피면 사장이 싫어하니까. 굳이 대발이를 끌고 나왔어. 콜도 받았겠다. 우리 맨날 가던 피시방 앞에 대발이를 세워놓고 담배를 두 모금 정도 빨았을 때 평소에는 아무말도 안하던 카페 아줌마가 그날 따라 담배냄새 많이 난다고 뭐라 하대. 내가 어떻게 했겠어. 쭈왁 한모금 제대로 빨고 카페 앞에 장초 씨바 던져버리고 왔지. 바로 대발이 타고 오른쪽으로 꺾는데 어둑어둑한 골목에 카니발이 라이트도 안 키고 달리는거야. 완전 도로위에 살인마야 그것들은. 제대로 뒤질뻔했지. 딱 보니깐 꼰대야. 창문 열고 오토바이 운전 똑바로 해라 어린놈의 새끼가 배달이냐 하고 있냐 이지랄 하길래 무시하고 가다가 바로 뒷바퀴에 침 제대로 명중. 아무튼 꼰대 새끼들 잔소리는 진짜 가래 모으기 좋다니깐.
그래서 잠깐. 아 홀데이 그 날 이야기 한 거였지. 그날 이후에 이렇게 잠깐 잠깐 누가 내 이마속에 종을 치고 간 것처럼 멍해진 날이 많아졌어. 그날 가래 제대로 모아서 뱉어 버린 날. 그 뒤에 다시 가게로 갔어. 새로 생긴지 얼마 안된 가게였나. 15분 뒤에 오라고 했었는데 20분이나 넘어 뒤에 갔거든? 아직도 치킨이 안만들어 져있는거야. 시간은 돈인데. 기다리는 동안 잠깐 그 가게에 앉아 있었지. 근데 거기 새로운 알바생이 왔는데 어디서 많이 봤던 애 인 것 같은거야. 씨발. 내 전 여친 같은 학교 친구였어. 쪽팔리데. 근데 뭐 어때 너도 알바 인생. 나도 딸배 인생인데. 근데 난 헬멧을 쓰고 있었잖냐. 걔가 모자쓰고 날 유심히 지켜보는 거야. 누군지 알았나. 좀 쪽팔렸어. 걔 눈빛을 보는데 아까 내 가래침이랑 던지고 간 불붙은 담배 장초가 생각나는거야. 사실은 내가 걔를 존나 좋아했었거든. 암튼 걔 눈빛이 아직도 스무살 넘어 그러고 싶냐. 그런 눈빛이였어. 마침 치킨이 나오더라. 사실 치킨은 아까 나왔는데 내가 고개를 못마주치는거 였더라구. 모르겠다 씨발. 그냥 치킨 들고 나왔지. 배달 지역은 20분 정도 떨어져 있었어. 다시 대발이 타고 가는데 계속 그 여자애 눈빛이 떠오르는 거야. 죄지은 사람처럼 바라보는 그 눈빛. 아까 그 카페 사장님의 눈빛과 비슷했어. 그 카니발 꼰대 새끼 눈빛도. 왜 죄다 날 바라보는 눈빛은 그렇게 좃같은 거야. 사장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 노래소리를 졸라 크게 틀었어. 조금 나아지더라고. 잊혀지더라고. 그 노래소리에. 골목길을 나와서 큰 3차선 도로로 달리기 시작했어. 속도 제한이 50km밖에 안되는 도로에서 적어도 80은 밟아줘야지. 무작정 달렸어 그 비트소리와 대발이의 배기음을 터질 듯 내뿜으며 난 말했어. 왜 다들 나를 이렇게 좃밥같이 보냐고. 내가 우습냐고. 씨이이이발. 씨이이이이이발.
6개월 뒤에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엄마가 말해줬어. 내가 그때 승객을 탄 택시 옆을 들이받았대. 난 공중에 떠서 몇 미터를 날아갔대나. 그때가 바로 홀데이였다는 거야. 어쩐지. 눈을 뜨니 보여야 할 문이 없더라. 엄마한테 물어봤어. 엄마 저건 뭐냐고. 저 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생긴 저 구멍은 뭐냐고. 그때 티비 뉴스에서 나왔어. 홀데이 현상이 생긴지 6개월이 되었다고, 그 날 8월 12일 백야현상이 일어난 뒤로 문을 닫을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다는거야. 애초에 문을 만들수가 없대. 문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온갖 노력을 다 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거야. 존재하는 모든 문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대. 세상은 홀데이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과 이전에 살아갔던 사람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세상이 뒤바뀌었대. 그럼 뭐하냐고 내 오른쪽 다리는 이제 없는데.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이게 기회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 같은 좃밥 그지 같은 인생에도 기회가 온건가 싶은거야. 다시 문이 있어야 할 자리를 보았거든? 근데 누가 서서 날 쳐다보고 있었어. 어떤 여자가 날 보고 있더라고. 자세히 보니 그 여자애야. 왜 그 여자애가 날 보고 있는 거지. 엄마에게 물어봤지. 엄마도 저 사람이 보이냐고. 엄마도 보인다는 거야. 엄마도 그 여자애가 보이냐고. 엄마가 그 여자애를 어떻게 아냐고 물었어. 엄마는 모른다고 그러는 거야. 그러더니 엄마가 조용히 일어나서 그 큰 구멍으로 나가며 내게 말하더라. 엄마는 내가 그 구멍 앞에 서 있는게 보인대. 난 누워있는데 내가 어떻게 보인다는 거야. 저 구멍은 씨발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