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자

by 장원석

회색 중형차량 앞자리에 운전자와 동승자 둘이 나란히 앉았고, 그들은 이제 막 경기도의 외곽지역 공장에서 시내로 들어가려는 참이었다. 운전자는 권씨 성을 가진 88년생 남자였고, 동승자는 장씨성을 가진 87년생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사람이었다. 권씨 성을 가진 사람은 장씨성을 가진 동승자보다 3개월 정도 늦게 회사에 들어왔다. 후배인 셈이다. 권씨 성을 가진 사람은 장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 아주 큰 불만은 없었다. 자신보다 1년 먼저 태어났다고 형 노릇을 하거나 3개월 일찍 입사하였다고 해서 선배행세를 하며 부당한 일을 시킨 적도 없기 때문이었다. 단 한가지 불만사항이라면 자신의 차량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했다. 자신도 흡연을 하지 않는건 아니였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차 안에서 만큼은 담배를 피우지 않기를 바랬던 것이다.

차 안에서 담배를 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는 채로 권씨와 장씨가 차에 탔다. 권씨의 차를 탄 장씨는 그저 그곳에서 가까운 지하철역만 갈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권씨가 문을 닫고 차에 들어서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따뜻하지 않은 날씨였고 외곽 공장에서 시내로 들어가기까지는 쉬지 않고 내달려야 1시간 정도 걸렸기에 창문을 연 것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지 말기를 바라는 간접적 의도도 섞여 있었다. 장씨가 자연스레 조수석에 탑승했고 안전벨트를 매었다. 부적절한 엑셀레이터 소리와 중형차량의 갑작스런 움직임을 시작으로 둘은 동승했다.

장씨와 권씨가 일하고 있는 공장은 돼지의 오줌을 받아 깨끗한 물로 정화시키는 정수공장이었다. 바로 옆 옆에는 돼지를 키우는 축사들이 있었고, 그곳과 연결되어 돼지의 오줌을 그대로 모아 정화 시키는 작업이었다. 질소로 가득한 다량의 돼지 오줌이 가득한 곳에서 작은 홀씨 같은 것이 자라나고 있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공장의 사장도 몰랐고 장씨와 권씨도 몰랐다. 질소가 거품을 내며 피어날때마다 홀씨는 그것을 한 방울 한 방울씩 먹고 성장했다. 육안으로 도저히 식별해 낼 수 없는 원자와 입자 크기 수준의 작은 홀씨가 거품을 머금고 아주 천천히 자라났다. 그 홀씨에 투명한 날개를 피우는데 까지는 열흘이 걸렸고, 홀씨가 자신의 몸을 만드는데 까지는 한달이 걸렸다. 홀씨가 거품을 타고 돼지 오줌 공장에서 나오는 데까지 41일이 소요되었다.

공장에서 나온 홀씨는 그 지역의 대지가 가지고 있는 바람의 흐름을 따라 갔다. 어느 작은 창문으로 대지의 바람이 밀려들기 시작하고 있었고, 권씨와 장씨가 탄 차가 막 출발하기 위해 부르르 떨고 있던 때였다. 권씨가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홀씨가 들어와 차량의 앞유리와 상판의 사이로 내려 앉았다. 부르르 떨던 차가 출발했고, 장씨가 곧 권씨가 싫어할 행동을 하려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을때였다. 장씨가 창문을 열자 내려 앉았던 홀씨가 장씨의 창문 밖으로 빨려 갈 뻔했다. 홀씨는 본능적으로 더 안전하고 은밀한 곳을 찾았다. 장씨가 입고 있는 거친 점퍼에 왼쪽 주머에서 담배가 나왔고 4개비 정도 남은 담배 사이에 공간들을 보았다. 홀씨는 그 안으로 자신의 몸을 내 던졌다. 4개비 중 1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던 순간 담배의 갑이 닫혔고 담배갑 안에는 담배 3개피와 홀씨 하나, 그러니까 회색 중형차량안에는 돼지오줌을 먹고 자란 기이한 동승자가 한 명 늘은셈이었다.

권씨가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불쾌감을 내비추는 동안, 장씨는 담배 1개비를 모두 다 피웠다. 몇십분뒤, 목적지에 도착한 차량이 부르르 떠는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장씨가 권씨에게 다음주에 보자며 인사를 했고 권씨는 조심히 가라며 운전석에서 내리지 않고 손으로 경례를 했다. 장씨가 전철역 사이로 사라지자 권씨는 조수석의 앞 글로브박스 안에서 편백수로 만든 탈취제를 꺼내어 뿌려댔다. 조수석이 젖어 시트의 섬유질이 수만개 정도 망가져버렸으나 크게 상관없었다.

그때 장씨는 전철역 안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권씨의 시야에서, 관심도 없는 장씨의 행보였으니 권씨는 장씨가 내려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장씨는 전철역의 뒤편으로 향했다. 그는 전철 호선의 끝머리에 위치해 있었다. 다시 말해 1시간 이상을 전철에 앉아 집으로 가야하기 전에 꼭 해야 할 것이 있었던 것이다. 장씨는 요즘 들어 권씨가 자신을 태워줄 때 보이는 이상한 불편함 때문에 담배를 원없이 피지 못했다. 이전 같았으면 차를 타고 오는 동안 다 피워 없앴을 담배였으나 못다했던 담배의 여흥, 그리고 이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권씨에 대한 불편함을 지금 이 남은 담배를 전부 피워 없애리라 마음먹었다. 장씨가 점퍼 왼편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담배갑을 꺼내었고, 본능적으로 담배갑을 흔들었다. 그건 그저 장씨의 조그만 습관 중 하나였다. 쥐고 흔들었다. 3개비 정도 남은 담배갑의 소리가 아니였다. 담배가 3개 정도 남았다면 그 작고 여린 그 필터로 말린 담배들이 안에서 요동을 쳐야 했지만, 손에 촉감은 전혀 달랐다. 장씨가 종이로 된 담배갑의 뚜껑을 열자, 담배갑 안에는 담배 2~3개비를 뭉쳐놓을 정도의 크기에 장씨의 검지손가락처럼 생긴 두 개의 마디가 희미하게 그어져 있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머리 부근이 아주 미묘하게 깔딱깔딱 거리는 뭉뚝한 줄기 혹은 대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장씨가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그것을 잡고 그것의 뒷면을 보았다.

뒷면에는 자그마한 구멍이 있었고 깔딱깔딱 거리는 건 그 구멍때문이었다. 구멍에는 장씨가 원래 가지고 있던 담배가 가루가 되어 분해되고 있었고 동시에 아주 작은 물방울처럼 보이는 기포들도 보였다. 돼지의 오줌으로 태어나 담배를 먹으며 자란 그것은 그 날 전철역 뒤편 은색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그것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장씨는 그 이후로 몇 번 정도 그것을 생각했다가 잊어버렸다. 다만 장씨는 그 이후 다시는 권씨의 차를 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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