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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by 멍냥이

살다 보면 나를 위로하고 싶은 날이 있다.

하지만 위로받을 누군가가 없을 때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로부터 뜻밖의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누군가를 만나기 조차도 싫을 정도로 무기력한데 위로가 필요한 그때

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들이 그렇다.

나도 처음부터 반려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든 생각에서부터였다.

너무나 무기력해진 때에 고층 건물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나를 던져버릴까?"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누가 싫어서도 아니었고, 삶이 싫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무기력했다.


순간 든 생각에 겁이 났고, 그날 이후 내가 일하는 장소와 집 창문가에 문득 드는 생각을 잡아줄 수 있는 방패가 필요했다. 그래서 예쁜 화초들을 놓기 시작했다.

효과는 아주 탁월했다.

바라보면 그냥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가끔 SNS에 꽃사진 올리는 사람들 보면서 이해를 못 했던 나였는데 어이없게도 내가 그러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것을 계기로 누군가의 행위를 함부로 이해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교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누구를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누군가 나에게 삶의 일부를 이야기한다면, 그냥 들어주고 손 한번 잡아주는 것으로 위로하는 것을 택했다.


말할 수 없는 식물조차도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못한다는 것은 노력이 부족할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옆에 앉아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넋두리를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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