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3)

제거된 음모와 새로운 욕심

by 산내

<제거된 음모와 새로운 욕심>

평산과 칠성의 사형은 즉시 집행되었지만,

귀녀의 사형집행은 출산 후로 미루어졌다.

귀녀의 소식을 전해 들은 강포수는 한달음에 산을 내려와 옥바라지를 자청했고,

귀녀가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하자

귀녀가 출산한 아들을 품에 안고 마을을 빠져나갔다.


칠성의 아내 임이네는 난처했다.
남편이 최치수를 죽인 죄로 사형을 당했지만,

함안댁 마냥 목을 매기도 싫었고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견딜 수 없어,

임이와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강행했다.
자신의 몸을 팔아가며 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3년 동안 죽을 고생을 한 임이네는

거지 중에 상거지가 되어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관가의 판리를 통해 칠성이는 씨를 빌려주었을 뿐,

살인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윤 씨 마님은

임이네 가족을 마을에서 쫓아내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강청댁과의 사이에 자식이 없던 용이 역시 임이네가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임이네는 용이의 자식을 잉태했다.
이 사실을 안 강청댁은 임이네로 쳐들어가 니 죽고 나 죽자며 난장판을 벌였고,

평상시 임이네를 고깝게 여겼던 마을 아낙네들도 가세하여 임이네를 집단폭행했다.


신장 깊숙이 간직한 오래된 등산화를 꺼내 신고 마을 뒷산 등산길에 올랐다.
십 수년 전, 네팔 안나푸르나 트랙킹을 위해 준비했던 이 등산화는

그 후에도 한 달이 넘는 스페인 산타이고 순례길을 같이 했다.
무겁지만, 튼튼한 이 등산화는 험한 길에도 발을 지켜주었다.
오랜만에 이 등산화를 신고 뒷산을 오르니

이 길이 안나푸르나 트랙킹 길이고,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소작농의 작황을 둘러보고 돌아온 김서방은

구토와 설사로 밤을 꼬박 새웠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멀쩡했던 강청댁이 세상을 떠나면서 평사리 마을에는 호열자(콜레라)가 퍼진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전염병은 마을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으며 윤 씨 마님과, 김서방, 봉순네, 돌이 세상을 떠났다.


최치수가 살해되자 그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력이 나타났다.
윤 씨 마님의 먼 친척이자 서울에서 온 조준구는

자신의 아내 홍 씨와 열두 살 꼽추 아들을 데리고 최참판댁으로 들어와,

아랫사람들을 자신의 종 마냥 부리며 최참판댁 재산을 자신들의 것으로 돌려놓기 시작했다.


2023년 초, 2년 넘게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19 전염병의 기가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염병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많은 사람이 죽고 고통을 받은 이 전염병은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도산했고, 직접적인 모임이 줄어든 만면,

인터넷 강의나 줌 같은 화상 채팅이 자리를 잡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100여 년 전 유행했던 호열병이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안겨주었듯이

코로나19 역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그래, 긴 안목으로 보면 호열병이 코로나고, 코로나가 호열병 아니겠는가?


삼장사를 따라 마을을 떠났던 월선이 재산을 모아 평사리로 돌아왔다.

월선이 돌아온 소문을 들은 용이는 당장 달려가고 싶은 감정을 누르고 눌렸지만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월선을 찾아갔다.


한 번 어긋난 인연은 다시 돌이키기 어려운 것,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두 사람의 사랑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최참판댁 안방을 차지한 홍 씨는 서울에서 데려온 양주댁을 침모로 앉히고,

최참판댁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삼수를 앞장 세워

곳간 열쇠꾸러미를 손에 넣고 윤 씨 마님의 귀한 폐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홍 씨가 폐물에 정신을 빼앗기자,

준구는 그 틈을 이용해 다시 삼월이를 불러들여 노리개로 삼았

홍 씨에게 발각되어 삼월이는 죽도록 얻어맞았지만,
교활한 준구는 홍 씨 눈을 피해 삼월이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삼수를 불러 삼월이와 짝을 이룰 것을 제안했다.
삼월이를 은근히 탐하고 있던 삼수는 준구의 속셈을 헤아리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준구와 홍 씨의 교활하고 파렴치한 행동은 도를 더해갔다.

홀로 남은 서희 주위에는 어린 봉순이와 길상이, 수동이 지키고 있지만

이들이 준구와 홍 씨의 세력과 맞서기는 역부족이었다.


토지(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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