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관 스님과 봉순의 용정방문
화엄사에 머무는 혜관 스님을 만나려 가는 길에
환이는 평사리 영산댁 주막에 들러 국밥 한 그릇에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구천이 마을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마을에 전해졌고,
봉기와 마당쇠는 최참판댁이 망하고 자신들이 이렇게 어려워진 원인이
구천 때문이라며 마을 사람들과 영산댁 주막으로 몰려가 환이를 집단 폭행했다.
영산댁이 나서 말리지 않았으면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에서도
환이는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어쩌면 환이는 그들 손에 맞아 죽기를 원했는지 모른다.
간도와 연해주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선 혜관 스님은
먼저 서울에 들러 거처를 옮긴 기화를 찾아갔고
기화는 혜관 스님의 간도 길에 동행했다.
서울을 출발한 기차는 개성을 거쳐 평양으로 향했고
혜관 스님은 별당아씨가 묻힌 묘향산을 거쳐 원산에서 배를 타고 간도로 들어갔다.
서희는 봉순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반기고 싶었지만,
길상이와 혼례를 올린 처지라 참았다.
서희를 만난 기화는 자신이 기생이 된 처지를 밝히고
준구와 홍 씨 그리고 꼽추 아들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조준구가 땅을 저당 잡히고 돈을 융통해 광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해서 땅을 날릴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자
서희는 공노인을 평사리로 보내 구매작업을 펼치면서,
자신은 준구와 홍 씨가 알거지가 되어 말라죽을 때까지 싸울 것을 결심했다.
회령에서 있던 길상이 혜관 스님과 봉순이 용정에 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
급히 용정으로 왔지만 제정신으로 만날 자신이 없어
월선네 국밥집에서 여러 잔의 술을 들이 킨 후 집으로 돌아왔다.
공노인의 양녀, 송애를 겁탈한 김두수는
이 약점을 이용해 송애를 길상이의 동태를 감시하는 끄나풀로 활용하면서
육체적 향락의 도구로 삼았다.
이러한 낌새를 알게 된 송장환은 공노인을 불러 송애의 수상한 행동을 소상하게 알렸고,
송애 뒤를 밟은 공노인과 길상은 강가주점에서 김두수와 만나는 현장을 덮쳤다.
귀녀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던 날,
귀녀의 아들, 두메를 안고 사라졌던 강포수는 두메의 교육을 위해
용정 공노인의 객줏집에 나타났다.
공노인은 용정 상의학교를 운영하는 송장환을 만나,
두메를 정호집에 머물면서 상의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용정에서 서울로 돌아온 기화는 상현과 함께 일본어를 배우던 서참봉댁 망나니 아들 서의돈과 가까워졌고,
서의돈을 통해 임역관을 공노인에게 소개해
조준구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공노인은 조준구가 현재 지급하는 이자보다 낮은 이자로
돈을 융통해 줄 수 있다며 조준구에게 접근했다.
조준구는 자신의 소실인 향심이 집에서 공노인과 만났으며,
공노인은 자신은 간도에서 큰돈을 번 거부로 얼마든지
사업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며 준구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래전,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초한지>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유방과 항우의 싸움, 지략가 범증을 내친 항우의 어리석음,
소하, 장량, 한신 같은 좋은 참모를 둔 유방을 이야기하던 중,
지인은 나에게 초한지에 나오는 인물 중 누굴 제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지체 없이 장량이 좋다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지인은 ‘왜 하필 장량을 좋아할까?’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 내 삶이 장량과 닮아 있음을 깨달았다.
<토지>를 읽으면서 똑같은 질문을 해본다.
토지에 나오는 인물 중 누굴 좋아하느냐고, 그리고 공노인이 마음에 든다고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