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9)

조준구의 몰락

by 산내

일본 유학생활을 마친 상현은 신문사를 그만두고 술로 세월을 보냈다.
진주로 기화를 찾아온 상현은

열흘동안 그곳에 눌러앉아 떠날 줄 몰랐다.


준구의 꼽추아들 병수는 집을 나가 걸인 생활을 하며 자신의 부모가 살아온 삶에 저항했다.

그 많은 땅을 날려버린 준구는 마지막 남은 집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준구가 집을 팔기로 하자

서희는 준구를 직접 만나 계약을 하기로 했다.


서희를 찾아온 준구는 자신의 마지막 남은 재산인 최참판댁 집을 오 천 원에 팔았다.

오 천 원을 받아 든 준구는 촉석루 주점에서 관수와 석이를 만났고,

석이는 준구가 일본 헌병에게 폭도라 지목해 죄 없이 목숨을 잃은 정한조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밝히며

주먹을 준구에 얼굴에 난사해 코뼈를 부러뜨렸다.
준구는 서희에게 받은 오천 원마저 뺏길 것 같아

피가 흐르는 코를 움켜쥐고 줄행랑쳤다.



염서방의 둘째 아들 결혼식에서 쓰러진 후 용이는 건강을 회복할 수 없었고,

홍이는 관수가 구해온 오골계를 정성껏 끓여 아버지께 바치려 했지만,

임이네가 진국을 자신이 마시고는 맹물을 부어 넣었다.


현장을 목격한 홍이는 눈이 뒤집혀 임이네와 주먹다짐하고 집을 뛰쳐나갔다.
집을 나온 홍이는 소주를 마시고

평소 마음에 두었던 장이를 인근 야산으로 끌고 가 강제로 육체적 관계를 맺었다.


자신의 친모는 아니었지만 정성껏 자신을 돌보아 주었던 월선이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인 용이와 생모 임이네를 따라 진주로 돌아온 홍이는

임이네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해

술과 담배를 배워 불량끼 있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용정에서 홍이와 친했던 두메는 군관학교를 졸업하였고,

우등생이었던 정호 역시 자신의 길을 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홍이는 점점 더 비틀어진 생활 속으로 빠져들었다.


준구와 홍 씨의 잔혹하고 비열한 행동을 어려서부터 지켜본 서희에게

그들에 대한 복수는 살아가는 이유였고

그들이 가로챈 재산을 찾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였다.


결전의 순간에 준구와 자리를 같이 한 서희는

알거지가 된 준구의 늙은 모습에서 복수심이 누그러졌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을 걸었던 목표를 이루었다는 성취감보다는

허무한 결과에 불안감마저 들면서

자신과 아들을 버리고 떠난 길상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 흘렸다.


환이의 아버지 김개주가 이끌던 동학당의 옛 명성을 잃었지만 명맥은 유지되고 있었으며,

윤도집이 이끄는 동학당은 교리를 확장해서 힘을 기른 후, 일본에 저항하지는 세력과

남은 인원으로 전면전을 펼치자는 세력으로 나누어졌다.


환이는 세력을 확장하자는 편의 우두머리였고,

지삼만은 전면전을 벌리자는 측을 이끌고 있어

양측은 번번이 맞서며 서로에게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평사리 집을 되찾은 서희는 최 씨 집안의 여인네들의 평범치 못한 삶을 돌이켜 보았다.

자신이 원치 않은 불의의 자식을 낳은 할머니 윤 씨,

시동생과 간통하여 야반도주한 어머니 별당아씨,

하인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은 서희,

이들 세 여자에 의해 최 씨 집안은 난도질되었다고 생각하니 쓴웃음이 났다.



일본군에 쫓기던 관수는 백정 집에 숨어 목숨을 구했고

그 집 딸과 결혼해,

백정의 사위라 멸시를 받았지만 일본군에 맞서 싸웠다.


관수는 한복이를 찾아와 자신들이 모은 군자금을

만주로 보내는 운반책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한복은 최치수를 살해한 김평산과 대역무도한 매국노이 형 김두수가

저지른 만행을 조금이라도 용서받기 위해 이 일을 맡기로 했다.
군자금을 받아 복대에 숨긴 한복은 용정에 있는 공노인을 찾아가 군자금을 전달했고

길상은 한복에게 형인 김두수를 만나 볼 것을 권하며

공노인에게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다.


김두수는 4년 전 자신의 허벅지를 쏘고 달아난 금녀를 끈질기게 추격해 하얼빈에서 납치했지만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저항하던 금녀는

김두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벽에 머리를 부딪쳐 목숨을 끊었다.


금녀를 자신의 뜻대로 처리하지 못한 두수는 용정으로 돌아왔고

영사관 최서기를 통해 자신의 동생인 한복이 용정 객줏집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당장 자신에게 데려오라며 고함질렀다.



거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벚꽃나무가 이틀 전부터 요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앙상한 가지에서 물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봉우리가 터지고 꽃이 매달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풍경에 집중하니 시간별로 차이가 나타났다.
봄기운을 전해주는 한 그루 나무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배우며

매일 최고의 풍경화를 감상한다.

20230322_123625 (2).jpg


keyword
이전 08화토지(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