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15)

인실의 아픈 결정

by 산내


서울로 온 찬하는 오가다를 산장으로 불러 술을 마셨다.

술판이 무르익을 무렵 조용하가 친구 제문식을 데리고 나타나 네 사람이 어울려 술판을 벌렸다.


오가다는 인실과 만날 시간이 되어 산장을 빠져나왔다.

인실을 만난 오가다는 찬하와 함께 진주를 거쳐 통영에 가기로 했는데

진주 방문 이유는 환국이 자신의 아버지가 출옥하면 한 번 찾아와 주길 부탁해서였고

찬하는 그 핑계로 통영에 있는 명희를 만나고 싶었다.


진주에서 길상과 환국을 만난 일행은 항구에 불빛이 켜질 무렵

통영에 도착하여 여관에 짐을 풀었다.
다은 날 세 사람이 명희를 찾아가자

왜 이곳까지 쫓아와 자신을 괴롭히냐며 명희는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명희를 찾아올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 인실은 이곳으로 온 것을 후회했고

찬하는 자신이 용하와 헤어질 빌미를 제공했으니 형의 몫까지 보상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명희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조 씨 집안의 사람들과는 연을 끊고 살고 싶다고 했다.
할 말을 잃은 찬하는 파랗게 질려 여관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출발하는 부산행 배표를 구입한 찬하는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셨고

오가다가 술이 취해 잠이 들자 명희에게 전달할 편지를 남기고 통영을 떠났다.



한경이 길상을 찾아와 김훈장의 시신을 모시려 간도로 가겠다고 하자

길상은 관수와 한복이 동행할 것을 권했다.


관수의 아들 영광은 사귀는 여자집에서 백정의 아들이라 교제를 못하게 하자

여자애를 데리고 일본으로 도망을 쳤다.

여자 집에서 관수네를 찾아와 딸을 내놓으라고 난리를 피우자

경찰이 찾아올 것이 겁이 난 관수는 집을 옮기고, 딸 영선을 강쇠의 집으로 데려가 맡겼다.


영선을 맡기고 돌아서는 관수의 머릿속에 아픈 과거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동학당으로 몰려 죽음을 당한 아버지,

왜놈과 싸우는 자신을 찾아 나서 행방불명된 어머니,

혼자 남겨 둔 백정의 딸 아내,

여자애를 데리고 도망친 아들,

모두가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졌다는 생각에 서글픈 눈물이 흘렀다.


휘가 영선과 혼례식을 올리는 날,

휘와 결혼할 것이라 믿고 있던 순이가 사라져,

순이네의 한탄 섞인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신방까지 들려왔다.

순이는 새벽녘에 숯가마 속에서 잠든 채 발견되었다.


영선의 결혼식이 끝나자 관수는 길상을 찾아가 사진과 봉투를 내밀며

영광이 동경에 있으니 환국이 찾아 주길 부탁했다.

길상은 관수가 내민 사진을 챙겨 넣으며 돈 봉투는 돌려주었다.


길상이 출옥하자 서희는 땅 오 백마지를 내놓아

일본에 대한 저항운동이 길상을 중심으로 진주에서 이루어지도록 했다.


대청의 시계 종이 열두 번 울리자

두 명의 괴한이 김두만의 집 담을 넘어 잠들어 있는 서울댁 목에 칼끝을 겨누며

금고에 넣어 둔 가게 판 돈 삼 천 원을 챙겨 달아났다.


같은 시간 이순철 집 담을 넘은 손태산과 괴한 1명은 순철 아버지 이도형을 위협해

오 천 원을 양 주머니에 넣고 달아났다.


김두만은 노발대발하며 돈을 찾으면 전부를 경찰에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보름이 지나도 범인이 잡히지 않자,

양가 집 서기 둘이 경찰에 끌려가 죽도록 고문당했다.


강도 사건이 잠잠해질 무렵 두만의 아버지 이평 노인이 세상을 떠났다.

진주 유지로 자리 잡은 두만의 눈이 무서운 상인들이 넉넉한 조의금을 들고 문상 왔다.
두만이 본처 기성댁이 창피하다며 얼씬 못하게 하자

기성댁은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지만 제대로 문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인실과 오가다를 통영에 남겨두고 떠났던 찬하는

동경에 있는 인실의 편지를 받고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

창백하고 여윈 모습의 인실은 오가다는 북해도에서 중학교 교편을 잡고 있으며

자신과의 관계는 정리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임신 중인 아이를 낳고 중국으로 가고 싶으니

찬하가 아이를 맡아 주길 부탁하며 오가다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도움을 거절하면 죽음을 택할 것이라 확신한 찬하는

출산할 때까지 매주 인실을 찾아갔다.

오늘도 찬하가 과일 바구니를 준비해 인실을 방문했고 찬하가 떠나자

백화점을 배회하다 근처 가락국수집을 들른 인실은 그곳에서 환국을 만났다.

환국이 인실의 팔을 잡으며 인사를 하자 인실은 “이팔 놔요.” 라며 환국을 모른 척했다.


방학이지만 관수의 아들 영광을 찾기 위해 동경에 남은 환국은

보통학교 동창 수봉이를 통해 영광은 관서지방으로 막일을 하려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봉이 환국의 하숙집으로 찾아와 병원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팔다리가 부러지고 얼굴이 묵사발된 영광이를 만났다.

아버지 관수를 닮아 겁이 없는 영광은 일본인과 싸움을 벌였고

그 패거리들이 집으로 찾아와 영광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던 것이었다.

의사는 장출혈까지 있어 수술해도 정상인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환국은 자신은 영광의 사촌이며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니

신속히 수술을 해 달라며 수술절차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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