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9)

현태를 울린 조식세트

by 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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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새벽 4시 반 여행 첫날 치고는 잘 잤다.
눈을 뜬 것도 시차 때문이라기보다는 어제 마신 맥주가 방광에 가득 차

비워주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화장실을 나오는데 깨어 있어야 할 재인의 방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참 신기한 일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과 출장을 동행했지만

저렇게 잘 자는 사람은 재인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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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첫날 아침은 유별나게 시장기가 더하다.
근처에 조식 맛집이 있어 자리를 잡고 세트 메뉴를 시켰다.
터키식 빵이 나오고 석류 주스에 터키차

그리고 다양한 치즈, 채소, 과일이 보조 테이블까지 가득 채운다.


다양한 색상의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지자 생전 보지 못한

황제의 식사가 이런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도 모르는 음식들을 하나씩 맛을 보기 시작한 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을 표한다.


음식에 대한 맛 구별이 무딘 현태가 먹어 보아도 음식이 맛있다.
터키식 빵을 손으로 찢어 치즈와 함께 먹어도 맛있고

치즈가 질리면, 꿀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그 맛이 질리면 야채와 과일로 입맛을 바꾸고 차로 입안을 씻어내면

다시 음식 맛이 새로워진다.



한참을 맛있게 먹던 재인이 슬쩍 현태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엄마가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분위기가 되면 현태는 늘 죄인이 된다.

스페인 여행에서 1달러짜리 오렌지 주스를 사는데도 인색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도 쫀쫀하게 굴었다.

불편해진 현태는 재인에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보니 엄마가 좋아하는데 하는 생각에

아빠는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하지만 지금은 우리 여행을 즐기고 다음 여행에는 엄마를 모시고 오자.

만약 아빠가 같이 오지 못할 형편이 되면 네가 대신 엄마를 모시고 와서 맛있는 것 많이 사 드려.”


현태의 말에 진심이 느껴지자

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 아빠.”라며 답했다.


오늘 아침은 재인과 밥을 같이 먹었지만 머릿속은 아내 생각이 가득했고

혼자 남아 글을 쓰는 현태의 눈가에 촉촉이 눈물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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