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10)

메트로 승강장에서 짹팟 그리고 깔딱 고개

by 산내

갈매기와 함께한 늦은 점심식사

탁심 광장에서 커피와 수박주스를 마시고 걸어서 찾아간 곳은

갈라타 탑을 지척에 두고 있는 터키음식점,

건물로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 아가씨가 에레베이트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에리베이트를 내려 오픈 주방을 지나니

보스프러스 해협이 눈앞에 펼쳐진 멋진 뷰의 Roof Top 식당이 나타났다.

연어 스테이크와 닭고기 요리에 터키 맥주를 주문하고

한동안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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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주문한 음식이 나와 식사를 시작하자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재인이 닭고기와 감자튀김을 주어도 먹지 않더니 연어를 떼어주니 잘 받아먹는다.

얼마나 눈치가 빠른 지 더 달라고 부리로 유리 칸막이를 쪼아댄다.

연어 스테이크 접시가 바닥을 보이자 갈매기는 냉정하게 다른 손님을 찾아 떠났다.


메트로 승강장에서 짹팟 그리고 깔딱 고개

아야 소피아와 부루 모스크까지 걸어서 둘러본 후

탁심 광장으로 걸어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해 메트로를 타기로 했다.


늘 인파로 붐비는 곳이지만 퇴근 시간에 물리니 메트로 승강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현태는 종이지도를 재인은 구글지도를 확인한 결과

술탄아흐메트 역에서 메트로를 타고

종점 1 구역 전인 Findikli 역에 내려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먼저 승차권을 끊어야 하는데 자동발매기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고,

기계작동에 서툰 외지인들이 대부분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3번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이 80리라,

투입구에 100리라 지폐를 넣으니 티켓과 함께 1리라짜리 동전 20개가 쏟아져 나왔다.

요란한 동전 소리가 들리자 뒤쪽에서 “오! 짹팟.”이라며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짹팟을 터뜨린 현태의 손에는 동전 20개가 들려 있었고

바지 호주머니에 동전을 넣으니 동전 무게에 바지가 흘러내려 손에 쥐고 다녀야 했다.
‘짹팟은 개뿔 이 동전을 어떻게 하지?’


그때 승강장 내에 있는 자판기가 현태에 눈에 뜨였고

유료 화장실 사용이 싫어 물을 자제하겠다는 재인의 의사도 무시한 채

8리라짜리 물 2통을 사기 위해 투입구로 동전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버튼을 눌려 보았지만 물이 나오지 않는다.


자판기 옆에 영리해 보이는(사실은 예뻐 보이는) 젊은 여자가 있어 도움을 청하니

같이 있던 남자 친구까지 동원하여 물을 꺼내보려 했지만 실패하자

“Broken”이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생돈 8리라만 고스란히 날린 현태와 재인은 금방 따라온 다음 메트로를 탔고

앞차에 비해 승객이 적어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다음역에서 내리는 승객이 있어 자리에 앉게 된 현태의 옆자리에는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고

할아버지가 내릴 준비를 하며 일어서자 현태는 얼른 재인을 그 자리에 앉혔다.
혼잡한 퇴근시간에 나란히 자리에 앉게 된 현태와 재인에게

할아버지는 뭔가를 터키어로 말하고 있었다.
“야 이 놈들아 이 차는 여기가 종점이고 다시 오던 길을 돌아가니 내려서 다음에 오는 차를 갈아타라고.”

그랬다.

기다리던 승객을 태운 열차는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건너편 승강장에서 타야 하는데 반대편으로 내려

열차가 없는 틈을 이용해 얼른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목적지인 Findikli역에 내린 현태의 손에는 여전히 12유로의 동전이 쥐어져 있었다.

길을 건너 나타난 미니 카루프에서 물 두 통에 8.5리라 주고

남은 3.5리라는 바지 주머니 넣으니 그제야 현태는 동전의 불편함에서 벗어났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길을 걷던 현태에게 재인이 가파른 계단이 앞에 서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구글지도에는 이 계단을 올라가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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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중에도 만나지 못했던

가파른 계단이 끝없이 펼쳐진 광경에

현태는 돌아가는 길을 찾고 싶었지만
“그래 이런 게 여행이지. 한번 올라가 보자.” 라며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 정도 오르자 발에 힘이 빠지고 힘이 들었지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 2/3 지점까지 젖 먹던 힘을 내어 올랐다.


“이 계단은 정말 힘드네.”라는 재인을 돌아보는 순간

현태의 눈에는 건물 사이로 보스프러스의 아름다운 석양이 나타났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온 내 인생도 이 석양처럼 아름다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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