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11)
고등어 캐밥 & 재즈 바
실망한 고등어 캐밥 그리고 치사한 구두닦이
오전에 현대 미술관을 방문한 재인과 갈라타 다리에서 만나 고등어 캐밥을 먹기로 했다.
먼저 도착한 재인은 인터넷을 통해 맛집을 검색해 보았지만 특별한 곳이 없어
트램 출구에 위치한 고등어 캐밥 집을 선택해 들어갔다.
좌석에 앉기도 전에 손님을 쫓아내는 광경이 눈에 띄어 마음이 불편했는데
음료수와 캐밥 주문과정도 혼란스러웠다.
주문한 캐밥을 한입 베어 문 순간 재인과 눈이 마주쳤고 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다.
비릿한 냄새가 베인 맛에 바게트 빵은 눅눅하고 질겼다.
돈을 주고 샀으니 의무감으로 먹었지만 씹을수록 후회스러운 맛이었다.
오후에는 아야 소피아를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한낮의 무더위 때문에 계획을 바뀌어
유람선을 타고 보스포러스 해안을 둘러보고 갈라타 탑을 향해 걸어가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남자가 오른손에 든 통에서 뭔가를 떨어뜨리고 지나갔다.
현태가 얼른 불러 이 사실을 알리니
남자는 고맙다며 떨어진 구두 솔을 주워 현태의 운동화를 닦아준다며
들고 있던 구두 통 위로 현태의 신발을 올려놓고 비누물로 적시고 스폰지로 문지르며 운동화를 세척해 주었다.
재인의 하얀 운동화가 구두 통 위로 올라가는 순간
현태는 무엇인가 상대방의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머니에서 20리라 지폐 한 장을 꺼내 손에 쥐었다.
자칭 ‘구두 박사’ 라는 이 남자는 1분만에 재인의 운동화 손질마저 마쳤다.
현태가 고맙다며 20리라를 내밀자 남자는 컬레 당 90리라라며 돈을 요구했다.
현태는 20리라를 더해 40리라를 남자의 손에 쥐어 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헤이! 브라더”라며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부라더는 무슨 얼어 죽을… 너와 나 사이는 브라더가 아니라,
우연히 마주친 야비한 구두닦이와 선량한 여행객이었어.’
라며 발길을 옮겼다.
재즈 바에서
현태에게는 ‘재즈 음악은 고상한 놈이나 고상한 척하는 놈이 듣는 음악’이라는
이상한 고정 관념이 있었다.
이 생각이 하루 아침에 무너진 사건은 혼자 떠난 2주간의 태국 여행에서였다.
1주일을 방콕에서 보낸 후 치앙마이 도착하여 우연히 들른 재즈 바,
The North Gate’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좁은 공간인 바에는 저녁내내 재즈 공연이 무료로 이어졌고 좋아하는 맥주도 2000원 남짓하니
치앙마이에 머무는 매일 저녁 찾아가 공연이 끝나는 12시가 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그 후로 재즈 바를 가고 싶었지만 기회를 만들지 못한 현태의 마음을 아는 재인은
이스탄불 재즈 바를 찾아 예약을 하고 그 사실을 현태에게 알렸다.
고등어 캐밥을 먹고 탁심광장으로 넘어오던 길 현태가 재인에게 물었다.
“재즈 바가 갈라타 탑 근처에 있다며…”
“예 그 곳에서 멀지 않아요.”
“그럼 지금 한 번 가보면 안될까?”
저녁9시 반 공연이 시작되는 재즈 바에 9시경에 도착한 현태는 먼저 맥주 2잔을 시켰다.
시간에 맞추어 시작된 공연은 3명의 연주자 피아노, 기타, 드럼을 맡았고
드럼 연주자의 행복한 표정은 The North Gate에서 본 드럼 연주자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5분 정도 연주를 마치자 드레스를 차려 입은 재즈 가수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시작했다.
현태는 이들의 공연이 ‘인디언 스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디언들 사이에 풀 수 없는 논쟁이나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
그 중 우두머리가 스틱을 들고 나타나 한 사람씩 손에 쥐어 주며 대화를 시작한다.
스틱을 손이 든 사람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상대편은 그 말을 듣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들어야 한다.
한 사람이 충분히 말했다 생각되면 우두머리 스틱을 다른 쪽에 건네주며
같은 방법으로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대화가 진행된다.
기타가 주도권을 쥐면 다른 연주자는 기타에게 연주가 빛날 수 있도록 도와 주었고
드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 다른 악기들은 숨을 죽였다.
가수의 목소리가 주도권을 잡으면 다른 악기들은 그 목소리가 돋보이도록 연주했다.
3개의 악기와 하나의 목소리가 그렇게 어우러져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현태는 감동받았고
처음 재즈를 대하는 재인 역시 숨소리마저 죽이며 공연을 감상했다.
어느덧 2시간의 공연이 끝이 났고 재인이 화장실을 간 사이,
현태느 드럼을 정리하는 연주자 곁으로 다가 갔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으면 안돼?”
“잠깐만, 정리하던 것 마저 마치고.”
악기 정리를 마친 사이몬이 현태에게 다가오자
“오늘 연주 좋았고 마지막 곡인 <Ain’t No Sunshine>은 내가 좋아하는 곡이야.
그러고 드럼을 치는 너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였어.
"딸과 함께 왔는데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줄래?”
“Sure.”
사진을 찍으며 현태가 사이몬에게 내일 공연을 묻자,
“내일은 이곳이 아닌 다른 재즈 바에서 연주를 해.”
사이몬과 헤어져 재즈 바를 나오는 현태의 머리 속이 갑자기 혼란해졌다.
‘내일 밤에 사이몬응 만나려 가느냐, 마느냐 이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