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8)

맥주 한잔

by 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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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어렵게 들어온 숙소는 작고 아담했다.

작은 2인용 침대에 딱 맞는 사이즈의 방 하나, 빨간색 소파가 있는 거실 겸 주방

오래된 건물에 위치한 집이지만 곳곳에 여행자들을 배려한 주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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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짐을 내려 놓고 등에 흐르던 땀이 식어가자 현태는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혼자 가기는 낮 선 곳이라 겁이 났고

재인에게 같이 가자 하기는 강행군을 한 후라 미안했다.
“유럽에 온 첫 날은 피곤하지만 가능하면 늦게 자야 시차극복에 도움이 돼.

10시 경에 자기 시작하면 새벽1-2시면 눈이 뜨지는데

그때부터 날이 샐 때까지가 고역이지.

맥주 한잔 마시고 12시 넘어 잠이 들면 새벽5-6시까지 잘 수 있어 시차 극복에는 최고지.”
눈가에 졸음끼가 다분한 재인이지만

맥주를 좋아하는 아빠의 의도를 눈치채고 함께 숙소를 나섰다.



먼저 어두운 골목 저편에 뭔가를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보여 그곳으로 향하니

낮선 동양인 두 명이 오는 것을 본 사장이 접근해 왔다.
다급한 마음으로 맥주를 주문하니 여기는 맥주 파는 곳이 아니니

맥주를 마시고 싶으면 길 저쪽 끝이나 이쪽 끝으로 가야 한다며 상반된 두 방향을 가르쳐 주었다.
“그럼 두 곳 중 가까운 곳이 어디지?”
“가까운 곳은 너 등 뒤로 내려가면 돼.”
100미터 정도 길을 내려가니 사막에 오아시스와 같은 맥주 집에 눈 앞에 나타났고

현태는 시원한 생맥주 2잔을 시켰다.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는 순간 현태는 오늘 겪었던 힘든 일들이

아름다운 여행의 추억으로 변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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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가 걱정이다.

작은 침대에 두 사람이 잘 수는 없었고,

거실 소파는 아쉽게도 기장이 짧아 발을 뻗을 수가 없었다.


자진해서 거실에 자겠다는 재인에게
“오늘은 아빠가 거실에서 자고 내일은 바꾸자.”

시원한 맥주에 취한 현태는 기분이 좋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철없는 아빠의 술자리에 동참해준 딸아이가 고마워

과감하게 침대를 양보했다.

현태의 방이자 거실 및 작업실.jpg 현태의 방 겸, 거실 겸,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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