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 VS 재인
현태는 계산은 빠르지만 몸 쓰는 것은 느리다.
반대로 재인은 몸 쓰는 것은 빠르지만 계산은 느리다.
재인이 중학교 시절 둘은 새벽 시간에 수영을 했다.
현태는 재인보다 1년 먼저 수영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중급반이었고,
재인은 3개월도 못되어 같은 반으로 올라왔다.
그날 강사는 평형 한 번, 그리고 접형 한 번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시켰고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현태는 따라가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강사는 잠시 훈련을 멈추게 하고 재인을 불러 사람들 앞에 시범을 보여주었다.
3달도 채 되지 않은 재인은 완벽하게 평형 한 번하고
접형 한 번하며 쭉쭉 앞으로 나아갔다.
현태는 그러는 재인이 너무나 부러웠고 재인이 내 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환전을 하면서 현태는 어제 1달러에 26.85리라가 오늘 27.0으로 바뀌었음을 알았다.
이런 숫자 개념은 현태에게는 자연스러웠지만 재인에게는 신기한 재주였다.
하지만 재인은 현태를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치밀하고 계산적인 인간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한 사람의 재주는 다른 사람에게 자랑스러움을 주지만
다른 사람의 재주는 한 사람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고 나에게는 언제나 편파적이지.’
현태가 이스탄불 도착 첫날 했던 말,
“유럽에 온 첫날은 피곤하지만 가능하면 늦게 자야 시차극복에 도움이 돼.
10시경에 자기 시작하면 새벽 1-2시면 눈이 떠지는데 그때부터 날이 샐 때까지가 고역이지.
맥주 한잔 마시고 12시 넘어 잠이 들면 새벽 5-6시까지 잘 수 있어 시차 극복에는 최고지.”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 조금의 과장은 있었지만 거짓말을 아니었다.
현태가 해외 출장 시 늘 겪었고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는 출장자들도 똑같이 겪는 과정이었다.
첫날밤, 새벽 3시 반경에 깬 현태는 화장실 가면서 잘 자고 있는 재인을 확인했고
이러한 사실은 매일 똑같았다.
현태가 재인 방을 확인할 때마다 재인은 잘 자고 있었고 어떤 날은 가벼운 코골이까지 했다.
늘 일어나는 시간은 7시가 조금 넘어서였고 잘 잤다고 했다.
오늘 여행 4일 차 현태가 깨어 글을 쓰는 이 시간 재인은 잘 자고 있다.
그러면 현태는?
좋아하는 술을 마시기 위해 딸에게 거짓말을 한 아빠가 되지만,
객지에 나와 건강하게 잘 자는 딸이 고맙고 부럽다.
이 글은 4곳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1. 카카오 브런치
2. 네이브 블로그
3. 유럽여행 카페, 유랑
4. 유럽 자동차 여행 카페, 유자유럽
그중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곳은 여행자 카페 두 곳으로 댓글도 달아주며 현태를 격려해 준다.
이러한 격려에 고무된 현태는 재인에게
“이러다 인기가 높아져 돈벌이하는 거 아닐까? 돈을 벌게 되면 너도 좀 챙겨 줄게.”
“좀 챙겨 주다뇨. 6대 4는 되어야죠.”
“6대 4? 니가 뭐 한 게 있다고.”
“소재 제공하고 같이 동행하잖아요.”
입을 다문 현태는 ‘그래 큰돈을 벌게 되면 용돈은 챙겨주지’ 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