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의 실수 VS 현태의 실수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항공편은 만석으로 작은 배낭 넣을 공간마저 부족해 발 아래 놓고 앉아야 했다.
장거리 비행이라면 문제겠지만 1시간 반 정도는 OK.
부다페스트에서는 공항버스로 숙소 근처로 이동해야 하는데 재인이 자동티켓 판매기에서 2500포린트 티켓을 구매했는데 버스 승강장 입구에는 2200포린트라 붙어있다.
“어! 가격이 차이가 나네.”
“가격 변동이 심하다던데요.”
버스를 타려고 표를 내밀자 검표원은 이 표는 부다페스트 1일 대중교통 이용권이며
공항버스를 이용하려면 다시 표를 끊어 오라 한다.

다시 표를 끊어 버스에 나란히 앉은 현태가 미안해 하는 재인에게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으며 실수를 하고 난 후 얼마나 현명하게 수습하는냐와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가 더 중요하니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현태는 한동안 재인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현태의 예상과는 달리 부다페스트 숙소 가격이 만만치 않아 도미토리 5인실을 예약했다.
Check-In을 마치고 방에 들어선 재인의 얼굴엔 근심의 표정이 역력하다.
2단 침대 위, 아래가 현태와 재인에게 배정되었고 바로 옆에는 싱글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으며
약간 떨어진 창가 자리에 나머지 침대가 놓여 있었다.
다행히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과 같은 방을 쓰야 하는
걱정이 재인의 얼굴에 나타났다.
다행히 공유공간이 넉넉했지만 좁은 공간에서 낮선 사람들과의 생활은
재인에게 새로운 도전임이 분명해 보였다.
‘재인 겁먹지 말고 부딪쳐 보는거야.
사람은 금방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니 시간이 지나면 불안한 마음은 곧 사라질거야.’
숙소 맞은 편 시장을 둘러보고 온 재인이 현태 앞에 앉자 현태는 재인의 눈치를 살피며,
“도미토리가 불편하긴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있고
서로 조심하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부딪쳐 보는 거야.”
“저는 괜찮은데 아빠가 걱정이죠.”

헝가리 전통 음식인 굴러쉬를 경험해 보고 싶은 재인이 현지인에게 유명한 식당을 찾아 현태를 인도했는데
식당을 들어서는 순간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굴러쉬와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를 시켜 헝가리 와인과 함께 하니
음식과 와인이 조화를 이루어 맛있게 먹었다.
재인이 공항에서 실수로 끊은 24시간 무한정 대중교통 이용권으로 먼저 찾아간 곳은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어부의 요새
아직 해가 지기 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앉아 있고 사진도 찍는다.
이 곳에도 많은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방문을 여니 침대에 사람이 들어온 흔적은 있었지만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나뿐인 사워실이라 먼저 흘린 땀을 씻고 나오니
“Hi, Good Evening.” 이라며
어려 보이는 두 사람이 들어와 한 사람은 붙여 놓은 침대 창문 쪽,
다른 한 명은 떨어져 있는 구석자리 침대에 자리를 잡는다.
“너희들 어디서 왔니?”
“대만 그러는 너희들은?”
“우리는 한국사람이야.”
“어 한국사람, 안녕하세요?”
“너 한국말 할 줄 아네.”
“아냐 안녕하세요 밖에 아는 게 없어.”
분위기가 좋아지자 현태는 해서는 안될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Are you Brother and Sister?.”
“No, No. 우리는 고등학교 클라스 메이트였는데 지금은 둘 다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왔어.
나는 본에 있고 친구는 베를린에서 공부하는데 같이 여행 온 거야.”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감지한 현태는 맥주 마시려 간다며 재인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머리 짧고 덩치 적은 애는 남자가, 여자가?”
“아빠, 그 애 여자애예요.”
“아! 큰 일 났네, 앞으로 3일을 한 방에서 얼굴을 봐야 하는데.
옛부터 성인들은 나이가 들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라고 했는데
‘이러다가 여행 끝나기 전에
무거운 배낭 때문에 골병이 들던지
이빨 잘못 털다(말 잘못해서) 어디서 쥐도 새도 모르게 맞아 죽을 수도 있겠네.’
그리고 현태는 재인이 했던 “아빠가 걱정이죠.”라는 의미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