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15)
현태의 이중성 그리고 세체니
현태의 이중성
눈을 뜨니 4시 39분 소변이 마렵지만 다들 곤히 자는 시간이라 조심스럽다.
돌아와 다시 누워 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5시 30분 조심스럽게 가방을 챙겨 공유공간으로 내려오니 새벽 바닥 청소가 한창이다.
가방을 두고 숙소 근처를 한 바퀴 돌고는 들어와 바 문 여는 시간을 물어보니
“바는 7시에 여는데 왜?”
“커피 한잔 마시고 싶어서…”
“알아서 그럼, 내가 한잔 뽑아 주지.”
고맙게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니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8시가 되니 바에도 사람이 많아지고 지겨워졌지만 방으로 돌아가
대만 학생 얼굴을 대할 생각을 하니 겁이 나,
재인에게 카톡을 보내 나타난 재인에게
“대만 애들 나갔나?”
“아뇨 곧 나갈 것 같아요.”
그리고 현태는 어제 재인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으며
실수를 하고 난 후 얼마나 현명하게 수습하느냐와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우는 가가 더 중요하지.”
재인에게는 이렇게 충고를 해 놓고 정녕 자신은 실수 뒤로 숨는 모습에 현태는
'그래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부다페스트 숙소 Meininger마지막 퍼즐 맞추기 그리고 편견
5개의 침대 중 4개의 침대 주인은 밝혀졌지만 나머지 한 곳의 침대 주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일찍 공용공간으로 내려와 있던 현태를 9시가 되어서야 재인이 찾아왔다.
그리고 재인은 잠자느라 보지 못했던 현태에게 마지막 퍼즐인
멕시코인 엘리오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침대에 누워 있던 엘리오스는 밤 12시가 되자 벌떡 일어나 재인에게 클럽에 같이 가자했고,
재인이 “No.”라고 하니 대만 학생들에게 같이 가자고 해, 또다시 “No.”라 하자
혼자 그 시간에 클럽에 갔다는 것이었다.
“그 아 혹시 불량배나 치한 아이가?”
“나는 모르죠. 늦은 시간에 잠깐 얼굴만 봤는데…”
“4 사람은 괜찮은데 마지막 퍼즐 하나가 잘 맞지 않네. 같이 생활하려면 신경이 많이 쓰이겠는데…”
숙소 앞 재래시장에 먹거리가 있다는 재인의 말에 저렴하고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아침식사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둘러보았지만
다양하지도 않고 가격도 호텔보다 비쌌다.
그렇다면 호텔 조식을 먹는 게 낮다며 돌아와
빵과 시리얼, 야채와 과일 그리고 마지막 커피를 마시는 순간 익숙한 Crocs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비어 있던 멕시코인 침대 옆에 놓여 있던 유별한 색상의 신발 얼굴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문제의 5번째 사나이였다.
“재인 저기 문제의 사나이가 나타났는데…”
“누구요?”
“우리 방에 머무는 멕시코인.”
“아빠가 어떻게 알아요?”
“신고 있는 신발 보면 알지.”
고개를 돌려 확인을 마친 재인은 그의 특별한 색상의 신발을 보고 웃었다.
“얼굴 마주치면 신경 쓰이니 밥 먹는 동안 얼른 짐 챙겨 올라오기 전에 떠나자.”
세체니 온천으로 갈 마지막 준비물을 챙기는 순간 방문이 열리며 문제의 사나이가 나타나,
“Good Morning.”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현태를 보며
“어제저녁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데 자고 있어 인사를 못 했어. 만나서 반갑고 오늘 아침 나는 살짝 피곤해.”
“왜 피곤하지?”
“어젯밤 클럽에 놀러 가서 새벽에 되어서야 돌아왔거든.”
“클럽 재미있었어.”
“재미있었어. 나는 술은 마시지 않고 춤만 추다가 왔어.”
대화가 여기까지 이어지자 현태는 이 사나이에게 흥미가 생겼고 불량배나 치한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살이지?”
“몇 살로 보여?”
“35-40?”
“하하, 내가 수염을 기르고 있어 나이보다 많이 보이기는 하지.
나는 28살로, 멕시코인이며 부다페스트를 거쳐 프라하, 로마를 여행하고
아일랜드로 들어가 2년 동안 대학원 공부를 할 거야.”
"전공은?"
"전공은 에너지 관련분야야."
‘어! 이러면 내 생각과 많이 다른데…’
그러고 다시 얼굴을 보니 나이도 어려 보였고 지성인다웠으며 사교성도 갖추고 있어
우리 퍼즐의 마지막 조각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우리 방 마지막 5번째 퍼즐이 맞추어졌다.
이 날씨에 웬 온천?
큰 수건을 챙겨 가방에 넣고 트램과 메트로를 타고 찾아간 곳은 세체니 온천이었다.
노란색 건물이 보이자 처음이지만 낮 설지 않았다.
매표소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주말이라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대부분이었다.
두 사람 입장료 약 8만 원을 지불하니 파란색 손목 팔찌 2개를 주고 이 팔찌로 탈의실을 열고 닫을 수 있었다. 수영복을 갈아 입고 재인을 기다리던 현태는 바깥 풍경이 너무나 궁금해 살짝 문밖으로 나오니
물놀이장과 수영장에는 화려한 색깔로 수놓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선 베드를 찾아야 하는데 빈 베드가 보이지 않는다.
가까스로 발견한 선 베드 한 개가 강한 햇볕에 놓여 있어 그늘진 곳으로 옮기려 하자,
“아빠! 들고 옮기다 누워 있는 건드리면 다쳐요.”
요즈음 들어 부쩍 자신의 소신에 회의감을 느끼는 현태는 재인의 이 말 한마디에 옮기려는 생각을 접었다.
선 베드에 물건을 두고 재인이 먼저 둘러보기로 했는데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주위를 주시하던 현태의 눈에 그늘 쪽 빈 선 베드 2개가 보이자
잽싸게 그곳으로 짐을 옮겨 놓았지만 재인은 나타날 기미조차 없다.
선 베드가 귀한 시간이다 보니 현태 옆 비어 있는 선 베드를 노리는 자들이 많아
짐을 그곳에 올려놓았지만 소유권 주장이 쉽지가 않았다.
1시간이 훨씬 넘어 모습을 드러낸 재인의 얼굴에는 흥분의 기미가 가시지 않았다.
“아빠! 여기 정말 좋아요. 건물 안에는 다양한 사우나와 다양한 크기의 온천탕이 있어
다 경험을 하려면 하루도 모자랄 것 같아요. 어! 자리 좋은데 잡아 놓으셨네요.”
“좀 빨리 오지 자리 지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더워 죽겠다.”
물 온도 27도, 대기 온도 39도를 나타내는 전광판물놀이 장에서 더위를 식히고 나온 현태는 중요한 물건은 전부 라커에 넣고
수건으로 선 베드 소유권을 표시해서 자리 지키는 의무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먼저 재인이 라커에 두고 온 수경과 수건을 가져오고
다음에는 현태가 내려가 스마트폰은 라커에 두고 현금을 가져와 수모와 맥주를 사 오기로 했다.
맥주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서 기다리던 현태의 차례가 서서히 다가오고
마침내 현태 앞에 선 두 명의 젊은 남자 차례가 되었는데
플라스틱 맥주잔을 뽑는 점원의 손놀림이 빨라지더니 10개를 뽑는다.
생맥주 10잔 뽑는 시간은 예상보다 길다.
특히 거품을 중시하는 이곳 사람들의 특성상 한잔 기다리는 것도 지겨운데 한 번에 10잔이라니…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현태이지만 이곳 세체니에서는 즐거운 보냈다.
더위를 느낄 무렵이면 물속으로 들어갔고 그것도 지겨우면 수영장에서 수영했고
선 베드에 누워 하염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재미있었다.
쭉쭉빵빵한 선남선녀들의 몸매도 볼거리였지만
배가 남산 만한 배불뚝이 아저씨들의 산처럼 솟은 배가 파도처럼 출렁이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한참을 놀고 온 재인은
“아빠! 배고파요.”
오랜만에 듣는 이 말은 애들이 어릴 때 정신없이 놀고 들어와 제 엄마에게 했던 말과 그대로 닮아 있었다.
생맥주는 바닥이 낳고 샌드위치나 먹거리 대부분이 다 팔려
캔맥주 1개에 샐러드 그리고 봉지 감자 칩을 둘이 나누어 먹었다.
아쉬움을 두고 돌아가는 길 메트로 역 자동 승차권 판매기 옆에 노숙자가 앉아 구걸을 했다.
두 명 요금 700포린터 1000원 지폐를 넣으니 잔돈 300포린터가 나와 노숙자의 손에 쥐어 주었다.
즐겁게 하루를 보낸 세체니 온천 300포린터 기부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세체니 야외(위), 내부 탈의실(하)